치열함은 자기 냉정의 산물이며 긴장감은 저력까지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자세가 본질적 임무에 수렴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빛나는 삶이다. 하나의 명제가 생명을 얻는다. 우리 세대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오늘을 향유하기보다는 내일을 위해 헌신하는 도리이기도 하다. 우리네 며느리들이 명절을 앞두고 스트레스 잔치를 벌이듯 스승의 날 또한 학부모들로서는 어떻게 넘겨야 할지 속앓이를 하게 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 가르치는 제자에게 교사는 아직 스승이 아니다. 단지 신학기부터 맺어진 인연일 뿐이다. 교사는 경우에 따라 '반면교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미도 내포한다. 따라서 스승의 은혜라는 개념도 최소한 학년을 마감하는 시점이 되거나 원칙적으로는 성인이 되어 떠올리는 간절함이다. 그것도 세월이 약이 되어 불편한 것은 대강 삼키고 좋은 추억만 아로새기는 것이다.
올해부터 스승의 날은 있는 듯 없는 듯 보내자. 학부모들도 학창 시절의 은사나 자녀의 여러 해 묵은 스승에게 안부를 여쭙는 선에서. 단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마음가짐으로.
소모적인 고민에 휘둘려 허송세월할 겨를이 없다. 우리의 앞날에 가로놓인 과제를 풀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일이 주류가 되어야 한다.
첨단 장비 부족 타령하며 일기예보를 헛짚는 기상청이나 새떼를 향해 함포를 쏴대고 나서는 레이더 부실을 탓하 듯 이런저런 핑계로 숙제를 제대로 안 해오는 학생을 교사인들 마냥 이해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찬가지로 교직도 현실적 여건에 책임을 전가하며 지금의 한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삼엄한 직업의식으로 문제점을 타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지정학적 숙명이 우리를 늘 과도기와 불확실성 속에서 살게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노회한 러시아는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은 덩샤오핑 이래 나라를 통째로 천지개벽시켜 불과 한 세대 만에 미국과 쌍벽을 이루고 있다. 일본은 섬나라 근성을 숙환처럼 지니고서 우리의 심기를 시시때때로 건드린다. 그들이 언제 우리 편을 든 적이 있던가. 오늘날 세계 질서에 의해 그나마 잠시잠깐의 평화를 맛보고 있을 뿐이다. 이럴 때 민족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소중한 것마저 잃어가고 있다. 동해는 우리에게 동해이지, 국제적으로는 일본해로 더 많이 알려져 있고 백두산은 중국의 손아귀에서 그들의 이름인 장백산으로 불려진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자칫 애국가 1절을 이렇게 불러야 할 지도 모른다. '일본해와 장백산이 마르고 닳도록'. 교육 개혁을 부르짖는 이유도 크게는 국가 장래를 위함이다.
김일부 교육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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