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곤두박질치면서 농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쌀 소비 감소 등으로 농사를 지어봤자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계절적으로 쌀값이 올라야 할 봄철인데도 그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농민들은 "올해 쌀농사를 지어야 하나"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하지만 정부도, 농업관계자들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해 골치를 앓고 있다.
◆쌀값 하락, 바닥을 모른다
3월 쌀값이 최근 5년 동안 최저점에 바짝 근접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3월 전국 산지 미곡종합처리장(RPC)의 평균 쌀 출하가격은 13만9천91원(80㎏ 한가마 기준)으로 집계된 것.
쌀값은 2009년산(産) 쌀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린 이후 줄곧 하락 중이다. 2009년산 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던 작년 11월 14만2천292원이었던 것이 12월엔 14만1천639원이었고, 올해 1월엔 14만855원, 2월엔 14만207원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새로 수확한 쌀의 공급이 끊기는 2월부터는 쌀값이 상승하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유례없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추세라면 최근 5년 이래 최저점을 찍었던 2006년 5월의 13만7천512원까지 추락할 추세다.
대형소매점 등을 통해 판매되는 쌀은 정부 집계가보다 더 싼 경우도 많았다.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쌀값이 4월 둘째주 현재 대구의 한 대형소매점 쌀값을 조사해봤더니 가장 싼 쌀은 한 가마니에 12만3천200원(20㎏ 1포 3만800원×4)에 불과했다. '행사미'라는 이름으로 저가에 판매되는 쌀들이다. 일부 농민들은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의 대형소매점들이 '미끼 상품'으로 쌀값을 공급가보다 더욱 싼값에 내놓으면서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밥쌀용 쌀 소비량은 계속 감소
문제는 정부로서도 뾰족한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식생활 변화로 쌀소비량이 한창 많을 때(1970년 136.4㎏)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을 뒤집을 만한 묘안이 없는 것.
통계청의 2009년 양곡연도(2008년 11월~2009년 10월) 가구 부문 1인당 양곡 소비량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4㎏에 불과하다. 2008년 양곡연도와 비교해 1.8㎏(2.4%) 감소한 것이다. 쌀 소비량은 1963년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뒤 1970년 136.4㎏으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등락을 보이다 1984년(130.1㎏)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06년(78.8㎏)부터는 쌀 한 가마니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떡, 과자, 양조용 쌀 소비량이 늘면서 전체 쌀 사용량을 증가시키고 있지만 아직 그 양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가공용 쌀은 2006년 6.6㎏에서 2007년 9.0㎏, 2008년 13.5㎏, 2009년 14.0㎏(잠정)으로 매년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밥쌀용과 가공용을 합한 쌀 소비량이 2006년부터 소폭 상승세로 돌아서게 하는 힘이 됐다.
하지만 현재의 쌀 소비량 촉진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워낙 적정 재고분 이상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그 부담이 큰 데다 보관 비용도 적잖이 소요되고 있는 상황인 것. 한 전문가는 "지나치게 쌀에 편중돼 있는 한국 농업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해법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농가 중 70.7%가 벼농사에 관여하고 있고 전체 경지면적 중 53.2%인 93만여㏊가 쌀 생산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전체 농업 생산액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에 그쳐 산업효율성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농업이나 프리미엄 쌀 생산으로 돌아선 농가들도 많지만 이 역시 해법은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형소매점에서 팔리는 쌀 종류 중에서 단연 판매량이 많은 것은 지역의 의성 안계미와, 안성쌀, 철원쌀 등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유기농' '무농약' '기능성쌀' 등의 타이틀을 단 쌀들이 수 십종 진열돼 있지만 전체 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모든 친환경 기능성 쌀 제품 판매량을 다 합쳐야 의성 안계미 판매량의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해법은 없는가?
쌀값 하락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올해부터 논에서 쌀 대신 콩이나 팥, 옥수수, 참깨 등 다른 작물을 심어도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논 농가에 주어지는 직불금은 일정액을 주는 고정직불금과 쌀의 시세가 목표가격(80㎏당 17만83원)을 밑돌 때 그 차액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중 고정직불금은 논에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심어도 지급하고 있으나 변동직불금은 쌀 재배 농가에만 지급돼 왔던 것.
한나라당은 이런 변동직불금의 차등 지급으로 인해 쌀 농가가 다른 작물로의 전환을 꺼린다고 보고 쌀 재배면적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지렛대로 변동직불금 지급 대상 확대를 정부에 요구했다.
또 하나 내놓은 해법이 소주의 주정으로 쓰는 쌀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다. 국세청과 주류산업협회는 13일 소주 주정 원료 중 쌀의 비율을 지난해 13%(9만5천t)에서 올해 33%(22만4천t)로 늘리기로 한 것. 주정이란 소주를 만들 때 쓰는 순도 95%의 알코올로 쌀과 보리, 고구마, 타피오카 등을 발효시켜 만든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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