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미래, 교통에 막힌다

입력 2010-03-24 09:56:20

테크노폴리스·스타디움·유통단지…하나같이 접근성 취약

지난달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이 대구 달성군 현풍·유가면에 건설 중인 대구테크노폴리스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공사현장을 찾았다. 학교(대학원 석·박사) 문을 열 2011년이 성큼 다가온 만큼 교과부 차관의 첫 인상은 중요했다. 순조롭게 진행됐던 차관 행렬은 한순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교통 접근성이 발길을 잡은 것이다. 테크노폴리스가 완성되면 5만명의 시민이 살아야 하는데 교통시스템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DGIST 한 관계자는 "이날 테크노폴리스를 둘러본 차관은 곧 착공할 테크노폴리스 진입도로 조기 개설은 물론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수단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내달 7일 열리는 세계적인 전문전시회인 대한민국그린에너지엑스포를 앞두고 요즘 대구EXCO 직원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전시회에 참가할 외국 손님 수송 문제다. 한 EXCO 직원은 이렇게 푸념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전시 규모가 더 크고 방문할 외국인 바이어도 많은데 대중교통 여건은 나아진 것이 없어 고민이 많아졌어요. 그동안 국제전시 행사 때마다 외국 손님들로부터 듣던 '지하철 연결 안 되는 국제전시장은 대구밖에 없다'는 말을 이번엔 곱절로 듣게 생겼습니다." 김재효 대구EXCO 사장은 "내년엔 엑스코 시설도 확장되는 등 대구를 찾을 손님 수는 급증할 텐데 이들을 수송할 교통수단이 택시밖에 없으니 큰일"이라고 했다.

대구테크노폴리스, 대구스타디움, 대구종합유통단지 등 대구의 미래를 책임질 대규모 개발단지들이 하나같이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놓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계기사 3면

이곳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개발해 지역 경제를 견인하라는 임무가 맡겨졌지만 정작 사람들의 접근을 가로막는 바람에 수천억~수조원을 투입하고도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1993년 조성을 시작한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종합유통단지다. 이곳은 당초 대구경북의 최대 도소매시장이자 전시컨벤션과 호텔 등이 어우러진 첨단비즈니스 복합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최대 1조100억여원이 투입됐다. 개장 초기 썰렁했던 모습과는 달리 최근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지만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것이 대다수 관계자의 평가다.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주부 송지혜(대구 수성구 수성4가)씨는 "각 섹터별로 다양한 물건들이 구비돼 있고 엑스코에서도 좋은 행사들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오게 된다"며 "하지만 대중교통 수단이 너무 불편해 대부분 승용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지하철만 연계돼도 물건 구매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시가 미래 역점사업으로 개발 중인 대구테크노폴리스도 종합유통단지와 여건이 매우 닮아있다. 5만명의 인구가 사는 미래형 첨단도시를 꿈꾸는 테크노폴리스는 도심과 부심을 연결하는 대중교통망은 거의 '빵점' 수준이다. 이곳을 향하는 시내버스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며, 최근 3천500억여원을 투입해 건설하고 있는 진입도로는 승용차를 소유한 사람을 위한 도로일 뿐이다.

홍경구 대구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곳으로 개발하려고 생각했다면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대중교통망 등의 인프라 구축은 필수로 해야 한다"며 "인천 송도지구도 처음엔 승용차 위주의 도로망만 계획했다가 지금은 전철 등 대중교통망을 확보해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발전하듯 대구도 미래를 볼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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