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세월이 가면 갈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고향이 그리워만 질까.(노래 '향수'중)"
합창단이 앙코르 곡으로 '향수'를 부르자, 김선자(70·여)씨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김씨는 1966년 독일로 건너온 서울대 간호학과 출신의 '파독(派獨) 간호사'. 꿈과 이상을 찾아 스물여섯 나이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한 일이 어제 일만 같다. 조국은 '경제 개발의 역군'이라며 추켜세우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그저 열심히 산 기억밖에 없다. 어느새 독일 말이 더 입에 붙어버렸지만, 오늘처럼 한국의 노래를 듣게 되는 날이면 잊었던 향수가 되살아난다. 마치 '향수'의 노랫말처럼.
11일 오후 7시(한국시각 12일 오전 3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 중심가의 마테우스 교회. 독일교포신문사가 주최하고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한인합창단, 재독한국문인회가 후원한 대구시립합창단의 공연이 갈채 속에 막을 내렸다. 노래의 감동은 8시간의 시차를 뛰어넘어버렸다. 400여석의 교회는 간호사, 광부 등으로 독일에 건너온 60·70대 교포와 그들의 2·3세대로 가득 메워졌고, 독일인 남편을 둔 한·독 가정이나 독일 시민들도 3분 1가량 됐다. 200㎞가량 떨어진 본에서 차를 몰고 온 교포도 있었다. 한 교민은 "(교포들이) 이만큼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공연은 대구시립합창단이 교포 위문과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홍보를 위해 시작한 독일-프랑스 순회 연주회(10~20일)의 첫날. 엄숙한 교회 음악으로 시작한 연주회는 한국의 노래가 울려 퍼지자 잔칫날처럼 정겨운 분위기로 반전됐다. '꿈속의 어머니' '봉선화' '라인강의 추억' '이방인' 등 재독한국문인회원들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가 불리자, 교포들은 애수에 잠겼다. 하이라이트 격인 '향수' 역시 교포 이금숙(62·여)씨의 시에 재독 성악가 김영식(테너·한인합창단 지휘자)씨가 곡을 붙인 노래. 1992년 독일에 온 김씨는 "'향수'는 재독교민들의 삶을 응축한 노래"라고 했다.
공연은 현지 교포들의 아낌없는 지원 속에 치러졌다. 교포들은 현지 언론사를 통해 공연 홍보에 팔을 걷어붙였고 직접 마련한 음식을 대접했다. 특히 지난해 7월 대구 동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녹색 환경 축제에 초청됐던 한인합창단원들은 피붙이가 온 양 반겼다. 박정숙 한인합창단 단장은 "이번 공연이 교포들에게 큰 자긍심을 심어줬다"고 했고, 이충석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는 "재독 교포들이 있어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다"고 치하했다. 박영호 대구시립합창단 지휘자는 "먼 이국에서나마 고국에 응원을 보내달라"며 환대에 감사했다.
한편 대구시립합창단은 13일부터 프랑스 루앙시에서 열리는 다문화 축제에 참가한 뒤 20일 귀국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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