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다발' 풍산 안강공장…"숨기기 급급 희생 되풀이"

입력 2010-03-03 10:14:57

1일 직원 2명이 숨지는 폭발사고가 일어난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풍산 안강공장은 1989년부터 2000년 사이에 폭발사고가 잇따라 발생,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다발 공장'인데도 방위산업체라는 이유로 정확한 사고 원인 및 경위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사고 방지 대책까지 미흡해 인명 사고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전관리에 근본적인 문제?=전·현직 직원 등에 따르면 1973년 설립된 풍산 안강공장에서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모두 5건의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1989년에는 화약 원료가 폭발하는 대형사고가 발생, 직원 10여명이 숨졌고 1993년에는 추진제 폭발사고로 1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1995년에는 155㎜ 유탄조립실에서 폭발사고가 나 김모(당시 40세)씨가 숨지는 등 크고 작은 폭발사고가 잇따랐다.

그러나 안강공장은 2000년 질산을 보관하는 탱크가 폭발해 인근 칠평천으로 질산이 유출되는 사고 이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무사고'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폭발사고가 일어남에 따라 회사 측의 안전 대책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폭발사고 이후 안강공장 간부 직원은 "생산하는 뇌관은 타격식이라 충격 이외에는 터지지 않는다. 뇌관이 터질 수 있는 힘이 가해졌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폭발 원인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안강공장의 폭탄 제조과정은 결합공실에서 습한 상태의 뇌관이 차량으로 건조공실로 옮겨지고 여기서 20℃ 내외의 온도로 서서히 건조한 뒤 다시 차량으로 운반, 각자의 공정으로 옮겨져 결합과 완성품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이 공장의 한 근로자는 "결합공실의 과정은 습한 상태에서 뇌관이 만들어지고 이는 일부러 떨어뜨려도 폭발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회사 측의 주장이 맞다"며 "그러나 이번 사고는 건조공실에서 일어났다. 건조공실에서는 조그만 충격에도 얼마든지 폭발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폭발사고 원인을 추정조차 할 수 없다는 회사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회사 측이 사고 과정을 고의로 속이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출입 통제만 능사인가?=사고가 일어난 당일 공장이 있는 안강지역엔 많은 비가 내려 뇌관이 폭발할 위험이 낮았는데도 폭발사고가 일어난 것은 건조공실에서는 언제든 폭발사고가 일어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고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는 직원들의 처우도 열악하다. 위험 수당이 하루 고작 1만원일 정도로 근무조건이 열악하고 취약한 안전 대책으로 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폭발사고 이후 회사 측의 대응도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사고가 발생한지 만 하루가 지났는데도 회사 측은 방위산업체란 이유로 취재진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장 접근을 차단한 채 기자들에게 "사고 원인을 모르겠다. 현재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산업안전보건공단, 소방서 등은 2일 합동으로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을 했다. 국과수는 폭발 원인을 찾기 위해 현장과 비슷한 상황에서 뇌관 충격, 자연 발화, 정전기 발생 등의 실험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관리 소홀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하는 한편 사고로 숨진 2명의 시신을 3일 부검하기로 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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