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대구 중구 덕산로 한 3층 건물. 식당 입점을 앞두고 내부 수리가 한창이었다. 원래 있던 미용실과 피부관리실이 얼마전 다른 곳으로 이전했지만 대구 중구청이 무료로 교체해준 옛 간판이 덩그렇게 붙어 있었다. 간판정비가 끝난 지 한 달도 채 안돼 업종이 바뀌면서 새 간판이 쓸모없게 된 것이다.
대구 도심의 각종 간판정비 개선 사업이 예산 낭비 논란을 낳고 있다. 사업시행 기관이 점포 폐업 조사도 없이 간판 교체부터 서둘러 새 점포가 입주하면 곧 재교체해야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대구시와 중구청의 간판 정비 개선사업은 모두 5가지로 39억1천여만원을 들여 1천16개 업소의 간판을 교체했거나 교체할 예정이다. 그러나 임차 비용이 비싸 업소 순환이 잦은 도심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간판 교체가 잦아 혈세가 새고 있다. 간판 교체 비용은 점포당 200만원에서 500만원가량이다.
동성로 한 상인은 "새 점포가 들어서면 바로 바뀔 간판들을 보고 있자면 속이 상한다. 혈세가 줄줄이 새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고 했다.
상인들은 또 "구청에서 '이번 기회에 바꾸는 게 낫다'는 식으로 설득했다"며 "내 돈도 들지 않는 사업이라 곧 폐업하는 점포라도 교체에 응한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임대차 계약기간이 6개월 이내인 곳은 사업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간판정비 사업이 6개월간 진행된 데다 업주에게 폐업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 생긴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 간격으로 사업이 마무리된 구간에 업소 10곳 안팎이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구청은 또 간판 정비 이후 업소가 바뀌어 간판을 새로 달더라도 대구시 간판 가이드라인에 준하는 간판을 부착해야 하기때문에 '간판 난립 방지'라는 기본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입장.
중구청 담당자는 "애초 사업 시행 전에 업소의 5% 정도 폐업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며 "전체적인 도시 경관을 고려한 간판 문화를 정착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예산 누수는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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