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덤했던 출퇴근길의 재발견
출퇴근길에 흔히 보는 풍경은 무미건조하다.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진부하다. 늘 보는 풍경은 음미의 대상이라기보다 소비의 대상이기 일쑤고, 경이의 대상이라기보다 함부로 만지작거리는 생활용품 같다.
반복되는 일상은 가치 없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과 익숙한 공간을 떠나 경이롭고 화려한 장소, 특별한 이야기와 마주서기를 바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손때 묻은 공간과 대상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숨은 지주다. 일상의 시간과 공간은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근거인 셈이다.
이 책 '경산 신아리랑'은 출퇴근길에 흔히 만나는 일상 공간에 대한 찬미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느낌은 행여 누가 볼새라 보자기로 꼭꼭 싸, 견고한 금고 속에 넣어두었던 도자기를 남몰래 꺼내보는 맛이 아니라, 아침 밥상에 오른 평범한 사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맛과 닮았다.
지은이 신재기 교수는 대구에서 직장인 경산의 대학교로 출퇴근한다. 십 수 년 넘게 무덤덤하게 지나쳐온 그 길이 어느 날 문득 그에게 와 닿았다. 여태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문득 그 길 위에, 그 길 너머에 무수히 많은 사람과 풍경, 이야기가 있음을 알았다.
지은이는 줄곧 어린 그를 길러준 고향 의성, 학창 시절의 대구, 그도 아니면 먼먼 어느 구석진 곳을 동경해왔다. 그러나 이 책 '경산 신아리랑'을 통해 '일상의 공간과 일상의 시간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근거'임을 고백한다.
경산에는 남천강이 있고 구룡산이 있다. 4월 대부잠수교 둔치에 만발한 유채꽃은 관능적이다. 전국에서 저수지가 가장 많은 곳이 경산이고, 그만큼 농사와 관련한 사연도 많다. 난포고택과 경흥사, 분청사기 요지가 있고, 현대 역사의 비극이 서린 코발트 광산도 있다. 경산에는 이야기가 참 많다. 187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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