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벨트 구축, 세종시 C벨크와 큰그림 그리자"

입력 2010-02-04 10:34:41

대경硏, 첨단의료단지 대응 세미나

3일 오후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열린 '세종시 수정안에 따른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의 대응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대구경북의료단지 관련 전문가들은 "세종시 수정안의 최대 수혜자는 오송의료단지이며, 대구경북의료단지는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세종을 등에 업은 오송의료단지에 대응하는 대구경북의료단지 상생 발전안을 구축해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시 C벨트, 바이오·메디 신거점으로

대구경북연구원 류형철 박사는 이날 세미나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인 오창-오송-세종-대덕R&D특구를 잇는 '세종시 C벨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바이오·메디 신거점'으로 구축되는데 따른 문제 인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권을 아우르는 C벨트가 바이오·메디컬 산업 생태계로 구축되는데 세종시 수정안이 터보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류 박사는 "의료연구 개발 기관, 연구 인력, 의료기기 개발, 의과대학, 병원 등의 인프라에 대해 대구경북과 C벨트 지자체를 따로따로 비교했을 경우 지역의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의 후방 지원과 C벨트가 한데 묶일 경우 대구경북의료단지는 사실상 게임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고 우려했다.

특히 C벨트가 오송의료단지의 약점을 강화,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될 수 있어 복수선정지인 대구경북의료단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까지 오송의료단지의 약점인 ▷R&D 역량은 세종국제과학원, KAIST·고려대·각종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이 보완하고 ▷정주 여건은 세종시의 고품격 정주 환경이 제공하며 ▷병원은 KAIST 연구중심 병원과 세종시 유치 해외 병원 등이 해결하는 식이라는 것. 류 박사는 또 "C벨트는 향후 서울-경기-원주를 잇는 메디밸리(MV)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 홀로 동떨어진 대구경북의료단지가 의료산업 주변부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김영철 계명대 교수(경제학과)는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인 C벨트는 지난해 정부가 선정한 첨단의료복합단지 개념을 상회하는 그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주도로 구축되고 있는 C벨트처럼 대구경북권을 중심으로 하는 '내륙과학지식벨트' 구축안을 제시해 정부가 똑같이 지원하도록 공정 경쟁 룰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C벨트와 대구경북 상생의 길로

최재원 대구경북연구원 의료산업팀장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의 최대 수혜자는 정주 여건의 개선, 바이오메디컬 기업 및 연구기관 대거 입주, 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 정부의 주도로 신뢰도 강화 등 효과를 보는 오송의료단지"라며 "그동안 오송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정주 여건, 인재 유치 가능성, 기초연구 인프라, 대형 병원 및 임상 인프라 부재 등이 세종시를 등에 업고 한방에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기를 맞게 된 대구경북의료단지가 살 수 있는 대안은 C벨트와 상생하는 길을 제시해 중앙정부가 조율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종시 C벨트를 무작정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울수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대구경북의료단지 성공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최 팀장은 '공정성'과 '차별성'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정부의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시 C벨트에 정부가 지원한 것처럼 대구경북에도 손을 잡아달라는 것이다. ▷자본, 인재 유치 및 육성을 통한 우수 자원 공급 ▷기업 유치 및 육성시스템 형성 ▷기초 연구 역량 강화 및 융복합 기회 제공 ▷강력하고 우수한 리더십 창출 등에 공정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또 오창-오송-세종-대전의 C벨트에 대응하는 구미-대구-경산-영천-경주-포항을 잇는 특성화 의료클러스터인 대구경북 '바이오-메디컬 W'(BMW) 벨트를 구축하는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BMW벨트와 C벨트를 각각 바이오메디컬 산업화 거점과 국가 기초연구 및 산업화 거점으로 역할 배분을 한 뒤 동시 육성하면서 네트워킹을 강화해야만 글로벌 의료클러스터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서정해 경북대 교수(경영학부)는 "세종시 수정안이 부각되면서 오송의료단지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 수도권과 하나가 된 오송과 대구경북의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게 됐다"며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중앙정부에 세종·오송을 능가하는 수준의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병원, 기업 유치 필수

정부의 지원에만 매달려서는 '필망'(必亡)이며, 스스로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필승'(必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나무 위로 올라 갈 수 있는 사다리를 구하자는 것이다.

박민규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세계적인 의료클러스터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결과 의료클러스터의 중심에는 의료 서비스 기관이 존재했다"며 "다국적 기업과 병원 간의 공동 연구를 통한 의료산업화가 이뤄질 때 의료클러스터의 성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오송도 KAIST 연구중심 병원과 해외 의료기관의 유치 계획이 잡혀 있는 등 의료클러스터 성공 요건을 하나씩 갖추고 있다"며 "병원 중심의 의료클러스터가 성공 관건인 만큼 우리도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형 병원 설립과 굴지의 외국병원 및 제약기업 유치에 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림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년 전 바이오 분야에 강한 포스텍이 연구중심 병원을 만들려다 포기한 적이 있는데 의사와 의료기기, 환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이유였다"며 "인구 50만명 수준이 될 세종시와 오송의 연구중심 병원 설립 구상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는 글로벌 의료클러스터와의 경쟁을 위해 국비 증액을 요구해야 하며 첨단임상시험센터와 같은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 조희재 박사는 "최근 정부가 대구와 오송에 갈라준 합성신약과 바이오신약의 구분은 최근 제약업계의 동향에 비춰볼 때 큰 의미가 없다"며 "둘 다 관여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단기 성과 도출이 가능한 천연물신약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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