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세상 한겨울의 태백, 추울수록 더욱 눈부셔라
볼이 얼얼하다. '겨울도시 태백'이 실감난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밀려든다. 22일부터 시작돼 31일까지 태백산 눈축제가 태백산 당골광장과 황지연못, 오투리조트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눈축제에는 개막 3일 만에 이미 20만명이 다녀갔다. 이 정도 세몰이가 계속된다면 이번 눈축제는 작년의 70만명을 웃돌 전망.
태백은 지금, 제철 음식을 먹듯 '제철 겨울'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도전, 눈싸움 기네스
지난해 2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대규모 눈싸움 대회가 열렸다. 모두 3천745명이 참가해서 기네스북에 기록을 올렸다. 20일에는 중국 하얼빈에서 대규모 눈싸움 대회가 열려 5천60명이 참가했다.
그 사흘 후 22일 태백의 오투스키장 야외광장에서 '도전! 기네스 5000인의 눈싸움' 행사가 열렸다. 지역민들과 전화, 인터넷 신청 등을 통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은 모두 5천387명. 하얼빈 기록이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태백 행사가 기록 경신을 하게 되었다. 그날 영하 10도의 골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열린 행사지만 참가자들, 특히 지역민들은 기록 경신 소식에 가슴 뿌듯해했다.
태백 석탄박물관 앞 당골광장. 눈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달 20일 내린 비에 무릎까지 빠지던 눈들이 모두 녹아버렸단다. 그러나 멀쩡한 하늘에서 눈발이 날린다. 눈은 마치 땅 위의 것이 공중으로 흩날리듯 은가루가 되어 지상으로 떨어진다.
눈축제 메인광장 입구를 들어서면 다양한 표정의 눈사람들이 반긴다. 웃는 녀석, 삐뚜름한 녀석, 모자에 목도리한 녀석…. 진짜 눈으로 만든 눈사람 사이 스티로폼으로 만든 '짝퉁'도 섞여있다.
길가 늘어선 눈사람과 마주하여 고드름 나무가 연못 옆에 섰다. 고드름 나무는 나뭇가지에 물을 뿌려 커다란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렸다. 보기만 해도 겨울 맛이 절로난 다. 고드름 나무 뒤로는 얼음 조각한 동화 속 주인공들이 자리 잡고 있어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글루 카페에서 커피 한잔
눈축제의 본격 행사장인 사랑동산. 넓은 광장에는 높이 4~6m씩 되는 거대한 눈조각들이 빼곡하다. 외국인 눈조각가들과 대학생 눈조각경연대회 참가자들이 내놓은 작품들, 우람한 성곽과 쌍두마차, 스머프 등 동화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긴꼬리 호랑이, 범선, 요정은 크기뿐만 아니라 정교함에서도 두드러져 '포토 포인트'가 되고있다.
눈조각 전시장 한켠에는 현대자동차 신형 소나타 차를 얼음 조각하여 전시했다. 투명하면서도 파란 얼음 조각을 자동차와 똑같이 깎아내 관람객들 발길을 잡았다.
눈조각 광장 뒤쪽에는 경사진 눈더미가 있어 어린아이들이 줄을 늘어서 있다. 아이들 손에는 축제운영위원회 측에서 나눠준 주황색 비닐썰매가 하나씩 들려있다. 눈더미 위를 올라간 꼬마들은 비닐눈썰매를 타고 미끄러지기에 신이 났다.
눈썰매장 지나서는 거대한 눈의 돔, 이글루가 자리 잡고 있다. 중앙에 눈기둥을 박아 돔형 천정을 떠받치도록 설계된 이글루 카페는 30~40명은 들어설 만큼 널찍하다. 이글루 안에는 얼음으로 조각한 테이블과 의자가 여섯조 놓여있어 제법 카페 분위기를 낸다. 이글루 안에서는 지역의 한 단체가 따끈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얼음의자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잔은 이색적이다. 거기다가 마신 스텐리스 커피잔을 기념으로 가져가도록 하니 커피는 덤이 된 셈.
이글루 옆에서는 스노캔들 만들기 행사가 열려 젊은이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스노캔들은 눈 사이에 촛불을 넣어 비치게 하여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했다.
◆눈산을 밟는 묘미가 제맛
눈축제 이벤트로는 설아(雪兒) 선발대회와 눈꽃결혼식이 시선집중. 이미 지난 토요일 막을 내린 설아선발대회에는 전국에서 13세 이하 어린이 7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그중 예선을 통과한 15명의 결선행사를 이곳에서 치른 것. 이날 결선에서는 서민주(13)양이 최종 설아에 선발되는 영광을 안았다.
또 하나 이벤트는 30일 12시부터 열린 눈꽃결혼식. 전국신청자 가운데 경기도 일산의 정동환·윤혜정 커플이 선정돼 실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을 위해 축제추진위원회 측에서는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400만원 상당의 선물도 준비했다.
그 외에도 개썰매와 스노모터사이클 타기, 초콜릿 조각 퍼포먼스, 눈과녁 맞추기, 찐감자먹기 등의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산꾼들의 눈축제 하이라이트는 '태백산 눈꽃등반대회'다. 31일 오전 9시에 출발, 오후 3시에 종료한 후 시상식을 갖는다.
물론 공식행사와 상관없이 오르는 겨울 태백산 산행 코스 4㎞도 단연 명품. 단군성전에서부터 시작되어 문수봉까지 오르는 산길에는 눈이 녹지않고 쌓여있어 넉넉한 겨울 정경을 빚어낸다. 아이젠 없이 오르기 힘든 산길, 길섶은 언 눈이 발목까지 빠지고 발아래 '뽀드득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특히 서걱서걱 얼음이 씹히는 김밥으로 때우는 점심은 태백산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산행 추억일 터이다.
눈축제와 관련 태백시 축제위원회 김진필 위원장은 "눈고장 태백에서 하필 행사기간 중 눈이 없어 당황스럽다"면서 "그나마 행사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은 지난주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도 축제관계자들이 총동원되어 밤새도록 눈조각을 비닐로 덮어 지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경우 눈축제를 찾은 관람객의 36%가 영남에서 오신 분들"이라면서 영남 사람들의 적극적 참여에 고마움도 전했다.
눈 구경하기 쉽지 않은 대구사람들에게 있어 태백의 겨울, 눈축제는 낭만과 추억의 여행길이다.
글·사진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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