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이 양두구육?

입력 2009-12-28 17:44:48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음식 비빔밥을 양두구육으로 비유한 일본인으로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양두구육(羊頭狗肉)!. 사전적인 뜻으로만 보면 좋은 물건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나쁜 물건을 팔거나, 표면으로는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내걸고 이면으로는 좋지않은 본심이 내포되어 있는 것을 일컫는 사자성어.

비빔밥이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파는 꼴이라니?

지난 26일 일본 산케이 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 지국장은 '비빔밥은 괴로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비빔밥의 세계화에 대해 쓴소리를 날렸다.

구로다 가쓰히로 지국장은 "지금 한국에서는 비빔밥을 세계에 알리려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미국의 한 신문에 비빔밥 광고가 게재돼 화제를 모았다"면서 "비빔밥은 나올 때는 밥위에 채소와 계란 등이 얹혀져 있어 아름답게 보이지만, 먹을때는 숟가락으로 뒤섞어 정체불명의 음식이 된다. 비빔밥을 먹은 미국인들이 양두구육에 경악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평한 것으로 아시아투데이는 홈피에서 알리고 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우리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지하 시인이 우리문화는 비빔밥 문화라고 했듯이, 한국문화는 뒤섞여서 새로운 경지를 창조하는 융합적 기능이 탁월하다. 비빔밥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러가지 채소와 단백질을 포함한 계란과 고기 양념 등이 탄수화물을 주로하는 밥과 어울려지면서 환상의 맛을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비빔밥은 좋아하지만, 섞어 먹는 것을 꺼려서 젓가락으로 먹는 사람도 있으며, 밥과 수많은 야채를 한꺼번에 섞지 않고, 별도로 밥과 함께 각종 나물을 맛보는 식도락을 즐기기도 한다.

비빔밥을 섞어 먹는 것은 양두구육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좋아 보이고, 그럴듯한 음식을 위에 내어놓고, 밑에는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을 감춰둔 것이 비빔밥이 아니라,

원래 비빔밥은 그런 것이다. 그게 비빔밥의 묘미이다.

진정한 비빔밥의 묘미를 모르고 한 외국인의 발언, 즉 해프닝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인 친구들은 비빔밥의 영양적 균형과 색채적 미학, 그리고 몸에 좋은 웰빙기능에 아주 혹한 이도 없지 않다.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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