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생각 열린 교육] 겨울방학엔 아이와 함께

입력 2009-12-22 08:17:05

각 학교들이 방학을 시작했다. 긴 겨울방학은 아이들을 저마다 바쁘게 한다. 열심히 놀 계획을 세우는 아이, 각종 체험활동에 등록해서 여러 경험을 하는 아이, 혹은 내년을 위해 각종 선행학습 학원을 여러 곳에 다닐 준비를 하는 아이. 방학이 되면 부모님들도 바빠진다. 엄마들은 더욱 그렇다. 상당수 엄마들은 자신들의 오전시간을 아이들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방학이 너무 긴 것 아닌가 푸념하는 엄마도 있다. 차라리 겨울방학에도 학교를 다녔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갑자기 늘어난 시간을 아이들은 어떻게 보낼까? 그동안 자지 못한 늦잠을 실컷 자거나 TV리모컨을 들고 여러 채널을 누르고 있다. 컴퓨터나 닌텐도를 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훨씬 늘어난다. 특히 게임과 인터넷 서핑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갑자기 확 늘어난 학원 스케줄 때문에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아이들도 있다. 엄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간섭당하는 일도 점점 많아진다.

겨울방학이 끝날 때 쯤이면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 아이들을 여럿 보게 된다. 일정하지 않은 TV보기와 컴퓨터 게임은 일상생활을 귀찮게 만든다. 자꾸 생각이 나서 집중하기도 어려워진다. 과도한 선행학습은 다음 학기 학습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다 안다고 생각하기 쉬워서 오히려 집중력이 낮아질 수도 있다.

긴 겨울방학에 우선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아이와 마주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이야기 시간을 늘려야 한다. 그동안 꾸준한 대화가 없었다면 방학 동안만이라도 꼭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와 대화만 잘 되면 그 다음은 쉽게 풀린다. 그렇다고 갑자기 대화하자고 아이를 붙잡으면 아이는 간섭이나 야단맞는 걸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마주이야기" 이다. 공책 한권을 정해서 아이와 엄마가 번갈아가면서 편지쓰기를 하는 것이다. 쓰는 양은 아이들보다 엄마가 훨씬 많을 것이다. 한동안 아이들은 쓰지 않고 엄마만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꼭 들여다본다. 누군가가 자기 이야기를 하면 관심 없는 척 하면서 한 귀로 열심히 듣기 때문이다.

마주이야기는 바빠서 얼굴을 보기 힘든 아빠와 아이 사이에 소통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평소 엄마로부터 전해 듣는 아이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빠가 항상 자신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아이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엄마의 여러 말보다 아빠의 한마디가 아이들에겐 더 확실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굉장히 솔직해진다. 아이들도 마음에 없는 말을 글로 쓰다가 점점 마음속 깊은 말을 하게 된다. 그걸 보는 부모도 솔직한 속마음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마주이야기에서 나오는 내용에 대해 훈계나 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칭찬과 격려, 위로가 더욱 중요하다.

이번 겨울방학엔 아이와 함께 평생을 간직할 소중한 보물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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