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연출 뮤지컬'지하철 1호선'-24, 25일 대구학생문화센터 공연
'그들의 20세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1990년대 대한민국의 그늘진 초상(肖像)을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내며, 한국 뮤지컬의 기념비적인 장을 열었던 '지하철 1호선'이 24, 25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공연된다. 1994년 서울 대학로에서 첫 막을 올린 이래 대구에서 공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문화센터 측은 "지하철 1호선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 군상을 통해 관객들에게 친근감과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며 "크리스마스 시즌에 특별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하철 1호선'은 '아침이슬'로 잘 알려진 김민기가 독일 극단의 '리니에 아인스(Linie 1)'를 번안'연출한 작품으로, 지난해까지 4천회 이상, 72만여 명의 관객들과 만났다. 김민기는 이 작품으로 한국과 독일간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독일 연방 정부로부터 '괴테 메달'을 수상했다.
'지하철 1호선'은 순진한 연변처녀 '선녀'가 서울에 와서 마주친 실직 가장, 가출 소녀, 사창가 여인, 사이비 전도사 등과 겪는 하루 동안의 에피소드다. 때는 IMF 외환 위기 무렵인 1998년 11월 서울. 선녀는 백두산에서 풋사랑을 나눈 한국 남자 제비가 건네준 주소와 사진만 갖고 무작정 서울에 온다. 그러나 서울은 낯설고 냉담한 도시다. 청량리행 1호선에서 만난 서울 사람들은 일상에 쫓겨 무표정하고, 요란한 광고로 거리는 어지럽다. 제비가 전해 준 청량리 588은 기대와 달리 사창가였고, 선녀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열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운동권 출신 '안경', 그를 사모하는 창녀 '걸레', 혼혈 고아 '철수'를 만난다. 그들은 삶의 낙오자이지만 페이소스를 간직한 인물들이다. 걸레와 안경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고, 연인 '제비'의 정체를 알게 된 선녀는 절망할 뿐이다.
'지하철 1호선'은 설경구, 조승우, 방은진 등 스타 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으로 유명세를 탔다. 특별한 주인공 없이 11명의 배우들이 80여개가 넘는 역할을 바꿔가면서 150분 내내 완벽한 호흡을 맞춘다.
지난해 말 대단원의 막을 내린 후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번'지하철 1호선'은 여러모로 기대된다. 김민기는 지난해 말 지하철 1호선 시즌을 마감하면서 "이제는 이 시대(21세기)를 상징하는 작품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지하철 1호선이 가진 20세기적 감성이 '시대의 박제'로 남을지, 요즘 관객들에게도 여전한 공감대를 일으킬지는 공연장에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4일 오후 7시 30분, 25일 오후 5시. 053)550-7116.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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