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하룻밤에 대여섯 번 꿈을 꾸며, 한 번의 꿈은 짧게는 5분, 길면 20분에 이른다. 여러 가지 꿈을 꾸지만 우리는 그 중 일부만 이튿날 기억할 수 있고, 그것도 이내 망각의 늪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꿈은 인간만의 전유물도 아니어서 조류나 포유류와 같은 동물도 꿈을 꾼다. 이런 희한한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은 뇌파검사 덕분이다. 1952년 아제린스키는 렘수면의 존재를 확인했고, 렘수면 동안에 신음하고 울부짖는 피험자를 깨우니 꿈을 이야기했다. 수면과 꿈의 연구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꿈의 내용은 대부분이 발칙하고, 황당하고, 시공간이 뒤범벅이고, 때로는 음란해서 이해가 어렵다. 그래서 칸트는 "정신병자는 깨어서 꿈꾸는 자"라고 했고, 쇼펜하우어는 "꿈은 일시적인 정신병이고, 정신병은 오래 가는 꿈"이라고 했다.
꿈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첫째, 꿈은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하느님은 요셉의 꿈에 천사를 보내 약혼녀 마리아의 임신은 성령으로 된 것임을 알려주었다. 둘째, 꿈은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벤젠의 구조를 밝혀낸 화학자 케쿨레는 꿈에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형상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셋째, 소원 성취의 기능도 있다. 어린 시절에 해결되지 못한 정서적 갈등이 꿈에서 표현되기도 하고, 목이 마른 사람은 물 마시는 꿈으로 잠을 방해받지 않고 계속 잘 수 있는 것이다. 넷째, 태몽은 태어날 아기와 관련이 있는 친척들에게 아이의 성별, 앞으로의 운명을 암시해주는 예언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다섯째, 잠자는 동안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취사선택하는 작업이다. 컴퓨터가 작업을 마치고 나서 필요한 정보를 저장한 후 컴퓨터를 끄면 불필요한 정보는 소거되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생리적으로 보면 꿈은 육체가 활동하지 않는(잠자는) 동안에도 정신을 담당하는 두뇌는 활동한다는 증거이다. 꿈에 동반되는 렘수면의 뇌파는 깨어 있을 때와 유사하다. 대뇌피질은 뇌교(腦橋)에서 올라오는 잡다한 신호들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감각적인 경험을 합성한다. 렘수면에서는 중뇌의 뇌교에서 출발하는 콜린성 회로가 시상(視床)과 전뇌(前腦) 피질을 자극하여 렘(급속안구운동)을 만든다. 또 활성화된 전뇌는 체내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이용하여 꿈을 조립한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