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공도서관, 책 둘 곳이 없다

입력 2009-12-18 10:33:23

보관서고 이미 꽉차…지하 보일러실까지 개조 사용

16일 대구 중앙도서관 지하에 있는 보존서고. 4m 가까운 높이의 서가에 책이 빽빽하게 꽂혀있다. 바닥에 놓인 책은 폐기 대상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6일 대구 중앙도서관 지하에 있는 보존서고. 4m 가까운 높이의 서가에 책이 빽빽하게 꽂혀있다. 바닥에 놓인 책은 폐기 대상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의 공공도서관 보존서고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각 도서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용객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실, 자료실, 심지어 보일러실까지 개조해 보존서고로 활용하는 형편이다. 도서관들은 공동 보존서고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대구시와 교육청은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16일 찾은 대구 중앙도서관. 보존서고 4곳이 모두 켜켜이 쌓인 책에 묻혀 있다. 중앙도서관의 책은 매년 2만5천여권씩 늘어나지만 폐기되는 책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상 보존서고에 가는 책은 5년 이상 된 책이거나 이용객이 자주 찾지 않는 책이다.

중앙도서관 제1보존서고는 책을 꽂아 최대한 밀착시킬 수 있는 장치인 모빌 랙을 설치해뒀다. 11만5천여권의 책이 보관돼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모자라 2003년 이동문고 서고로 쓰던 공간을 제2보존서고로 바꿨다. 이곳에는 9만9천여권의 책이 쌓여있다. 이후에도 지하 컴퓨터실과 2층 문헌정보과 사무실을 비웠다. 현재 건물 내 활용 가능한 공간(9천933㎡) 중 10분의 1이 보존서고(925㎡)다. 중앙도서관의 보존 한계 장서는 19만8천여권이지만 현재 보존서고에 있는 책은 24만7천여권이다. 4만8천여권의 책이 초과한 것이다. 이곳 관계자는 "내년 중 기존 사무실 중 한 곳을 비워 제5보존서고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1981년 문을 연 두류도서관의 사정은 더 딱하다. 1층에 있던 보존서고로는 모자라 지난해 지하실에 있던 보일러실(170㎡)을 개조해 보존서고로 쓰고 있다. 자료 보존 유해 환경 차단을 위한 온·습도 유지 조습패널과 책 소독을 위한 감압 훈증 시설 등은 아예 없다.

이 같은 현상은 20년 이상된 도서관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두류(1981년), 북부(1983년), 중앙(1985년), 수성(1989년)도서관도 보존서고에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정작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도서관 관계자들은 "보존서고를 지역 대표도서관 한 곳에 마련해 이용객이 원하면 배달해주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현 수성도서관장은 "보존서고에 있는 책을 빌리는 사람은 한 달에 고작 30명에 불과하다"며 "각 도서관마다 보존서고를 갖추는 것은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구시와 교육청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400만권의 보존서고를 갖춘 국립 중앙도서관 분관을 유치해 공동 보존서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공공도서관들은 국립 중앙도서관 분관은 원칙적으로 국가용 보존서고라는 설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문화관광부가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보존서고 건립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법률 개정이 앞당겨지면 보존서고 건립을 적극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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