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외국인 유학생 1만명 시대] ③대학들 말 못하는 고민은?

입력 2009-12-16 10:58:21

편법입학→불법취업 잠적, 악순환 못끊어

중국 상해와 대구를 오가며 무역업을 하는 김해상(40)씨는 부업 삼아 유학 전문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다. 무역업을 하는 짬짬이 유학송출회사를 운영하는 현지 조선족들과 함께 중국인 유학생들을 지역 대학에 공급하고 있다. 부업을 시작한 후 지난 5년간 김씨가 대구경북 대학에 소개한 중국인 학생은 수백명에 이른다.

15일 중국에서 대구에 도착해 기자와 만난 김씨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원은 얼마든지 공급이 가능하다"며 "심지어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가짜 학생'을 서류를 조작해 지역대학에 공급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한국에서 취업이나 유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서 1인당 500만원 정도, 대학에서는 200만원 정도의 소개비를 챙기고 있다"고 했다. 이는 5년 전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김씨는 "최근 단속이 강화돼 가짜 유학생이 점차 줄고 있지만 유학 브로커들이 현지 대학이나 학교와도 연관돼 있어 아직도 많은 유학생들이 이 같은 방법으로 한국 땅을 밟고 있다"고 했다.

◆편법 난무·부작용 속출

지역 대학들에 외국인 유학생이 1만명에 이를 정도로 크게 늘었지만 일부 유학생들은 입학 과정에 편법을 동원하고 입학한 후 불법 취업을 위해 잠적하거나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일부 대학들도 부족한 신입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사후 관리에 무관심해 이 같은 부작용을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지역에서는 자격도 없이 영어회화 강사로 일하던 외국인 유학생 41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필리핀, 루마니아, 폴란드 등지에서 취업비자가 아닌 유학비자로 입국한 뒤 2007년 11월부터 한 기관이 운영하는 영어마을에서 초교생들에게 영어회화를 지도하다 적발됐다. 또 외국인 유학생과 불법체류자 219명을 모집해 국내 업체에 취업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챙긴 유학전문 브로커가 구속되는가 하면 취업활동 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고용한 업체 대표 32명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등 지역에서 외국인 유학생 관련 불·탈법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평균 이탈률은 29.25%에 이르고 50% 이상 이탈한 학교도 9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유학생 관련 범죄도 급증해 대구경북에서 2007년 61건이었던 것이 지난해 138건, 올 들어 242건(10월 말 기준)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에서 외국인 관련 범죄가 2007년 838건에서 지난해 2천240건으로 늘었다가 올 들어 968건(10월 말 기준)으로 대폭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잘못 꿴 첫 단추·허술한 학사관리

외국인 유학생 관련 부작용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일부 대학들이 정식과정을 거치지 않고 불법 브로커 등을 통해 유학생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유치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계명대 박상혁 국제부장은 "신입생 모집난을 겪는 일부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특히 중국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취업에 목적을 둔 학생들에게 무더기로 입학허가를 내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일부 대학에서는 비자발급이 불가능한 기준 미달자를 입학시키는 것은 물론 형식적 한국어 능력검증, 출석성적 미달자 학점 부여 등 다양한 형태의 관리 부실도 함께 일어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학점을 주는 허술한 학사 관리도 한몫하고 있다. 지역 대부분의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출석만 해도 높은 성적을 주거나 시험을 보지 않아도 학점을 준다.

경산의 한 전문대에 다니는 베트남 유학생은 "한국에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한국말이 서툴러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서도 "적당히 출석하고 대충 시험을 보아도 C학점 이상은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사 관리를 엄격하게 하면 유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둘 것을 우려해 학점을 주고 있다"며 "학칙을 어기면서까지 외국인 학생을 배려하는 대학도 적잖다"고 했다.

대구대 이주만 국제교류처장은 "학생 충원이 여의치 않은 대학들이 재정 부담을 덜려고 마구잡이식으로 유학생을 유치한 뒤 정작 학사관리 등에서는 무관심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불법체류 비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거나 문제가 발생한 대학에 대해서는 입학권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매결연을 활용하라

외국인 유학생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해 유학전문가들은 직접 신입생 모집에 나서거나 자매결연 대학 등을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자매결연을 한 외국 대학을 중심으로 국내 학생들을 현지로 유학 보내는 대신 현지 학생들을 교환학생으로 끌어오는 방식으로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면 우수학생과 문제학생을 가려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역 대학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우수 외국인 학생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대구미래대학의 경우 3년 전부터 중국 서안에 있는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이 대학 백운배 입학처장은 "대학입시철이면 자매대학을 직접 찾아가 대학을 홍보하는 유학·입학설명회를 개최하고 현장 면접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며 "그 결과 지난해 졸업생 전원을 영남대, 금오공대, 경일대, 대구대 등에 편입시키거나 중국 내 한국 기업체에 취업시키는 성과를 올렸다"고 했다.

선발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경대학과 대구공업대학 등은 한국 유학 수요가 많은 중국, 베트남 등 해외 현지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학설명회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대구한의대도 중국의 고교, 대학들과 교류협정을 체결하고 입시철마다 현지를 방문,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유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영남대 국제처 박기동 국제지원팀장은 "처음부터 학업에 뜻이 없는 학생의 이탈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는 마땅찮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대학 간 교류를 통하거나 직접 면접 등을 통해 학업 의지가 확실한 학생을 유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유학생활에 정착하지 못하면 경제적 부담과 부모에 대한 미안함으로 불법 아르바이트나 취업을 위한 이탈 가능성이 높으므로 학습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학사관리와 건전한 아르바이트 소개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 : 대구미래대학은 중국 대학들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우수한 유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대구미래대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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