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입 취업후 학자금상환제, 저소득층엔 '毒'

입력 2009-12-11 10:27:47

年최대 450만원 무상지원 끊겨

"빚더미에 사느니 차라리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걸까요."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병을 앓아 수입이라고는 전혀 없는 박주연(가명·19)양은 요즘 대학진학을 앞두고 매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가난 때문에 국립대 진학을 염두에 뒀지만 수능성적이 생각보다 낮게 나와 사립대를 가야할 상황에 놓인 것.

박양은 아예 대학 진학 포기를 고민 중이다. 박양은 "정부는 학자금 융자를 받아 누구나 대학을 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4년대 사립대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3천만원이 넘는 빚을 져야 한다"며 "부모님도 차라리 취직을 하라고 하고, 나 역시 아무리 고민해봐도 이를 갚을 자신이 없다"고 눈물지었다.

부산의 한 대학으로 진학예정인 김모(19)군은 수능시험 다음날부터 여기저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찾기가 쉽지 않다. 김군은 "내년부터 기초수급자에게 주던 무상학비 지원이 사라진다고 들었다"며 "당장 집세조차 못 내고 있는 부모님 형편에 등록금을 마련해 달라고 조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생활비와 학비 모두 대출로 해결하자니 평생 빚더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겁이 난다"고 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취업후 학자금상환제도(ICL)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저소득층 학생들은 오히려 등록금 걱정을 더하게 됐다. 내년부터 기초생활수급가정 학생에게는 연간 450만원, 차상위계층에는 연간 230만원까지 주어졌던 무상 학자금 지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자금은 전액 대출해주고 학기당 100만원씩의 생계비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저소득층 학생들의 혜택은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정치권의 반발로 아직 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 제도 시행을 전제로 내년도 예산안에서 학자금 무상지원 규모를 대폭 축소해 놓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아무런 혜택없이 사립대 등록금 전액을 대출받는다면 모두 4천669만원의 빚을 지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기존 제도로는 1천872만원을 대출받으면 4년제 사립대를 다닐 수 있지만, 취업후 학자금상환제도하에서는 생계비 지원금 200만원을 학자금으로 전액 사용한다 하더라도 3천480만원을 대출받아야 해 1천600만원 상당의 부담이 늘게 된다.

권 의원은 "졸업 후 10년간 모두 상환하려면 2009년 소득기준으로 월수입 300만원 이상의 고소득 직업을 가져야 하고, 2018년 소득으로 연봉 4천700만원을 벌어야 한다"며 "2009년 전문대졸 이상 학력자의 평균연봉인 2천500만원 수준을 가정했을 경우 상환 시작 후 19년이 지나야만 모두 갚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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