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Why?]앙리 에드몽 크로스-저녁의 미풍

입력 2009-12-10 10:59:16

은은한 빛과 그림자가 드리워진 시간대 묘사

작 가 명 : 앙리 에드몽 크로스(Henri Edmond Cross, 1856~1910)

제 목 : 저녁의 미풍 (Evening breezed)

연 도 : 1893-1894년

크 기 : 116x165cm

재 료 : Oil on Canvas

소 장 처 : 오르세 미술관 (Orsay Museum, Paris)

신인상주의(新印象主義, Neo-Impressionisme)란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조르쥬 쇠라(1859~1891)가 주도했으며, 폴 시냑(1863~1935)의 이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회화운동으로 1884년 5월, 비평가 펠렉스 페네옹이 앙데팡당전에 출품된 쇠라의 '아스니에르의 목욕하는 사람들'이란 작품을 보고 신인상주의란 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가 되었다. 이 신인상주의 운동은 인상주의가 사용한 기법을 과학적으로 더욱 발전시키면서도 동시에 인상주의와 경험론적 사실주의에 대한 반발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체계적인 계산과 과학 이론에 근거한 미리 정해진 시각적 효과를 얻고자 노력했던 새로운 양식이었다.

그리고 점묘주의(Pointillism) 또는 분할주의(divisionism)는 신인상주의가 사용하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캔버스에 색칠을 할 때 순색만을 사용하되 일절 뒤섞지 않으면서 작은 점으로 찍어나가는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색조의 순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는 이의 망막 위에서 시각혼합으로 중간색을 형성하는 효과를 만들어 가는 이 기법은 형태나 구도에서는 '황금분할'을 자주 사용함으로써 고전적인 회화에서처럼 안정성을 찾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과 시선이 편안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저녁의 미풍'은 크로스(1856~1910)가 그의 아내인 이르마 클라르를 모델로 하여 시간을 초월한 이상향에 사는 인물들을 상상해 그린 작품이다. 이 그림에서 그는 더위가 한풀 꺾여 은은한 빛과 함께 푸르스름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시간대를 묘사하고 있으며, 흐릿한 색채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운 선의 조화, 화면 전체를 일정하게 구분하는 붓 터치 등의 효과는 장식적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표현으로 보여진다.

1904년 여름 생트로페에서 지내며 폴 시냑과 함께 작업했던 마티스는 크로스의 집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어느날 크로스의 아틀리에에 놓여있던 '저녁의 미풍'을 보고는 그의 뛰어난 조화와 시적인 정취 그리고 넘치는 형식미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마티스는 이 작품에서 직접 영감을 받아 '화사함, 고요함 그리고 쾌락'이란 작품을 그렸다. 크로스보다 조금 더 강렬한 색채와 정열적인 터치를 사용한 마티스의 이 그림은 1905년 야수주의의 출범을 예고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시냑은 이 두 작품 모두를 구입해 자신이 거처하던 빌라 라윈의 식당에 나란히 걸어두었는데, 이것은 신인상주의와 야수주의의 연관성을 직관했던 폴 시냑의 뛰어난 직관력을 보여주는 일화로 유명하다. 김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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