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한 짝, 7600원, 8200원, 더 없습니까?

입력 2009-12-02 10:02:03

전국 유일, 약전골목 한약재 경매시장 아시나요

한약재 경매 시장이 열린 1일 대구 중구 약령시 ㈜대구시한약재도매시장에서 중간도매상들이 약재가 담긴 경매품목을 보며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한약재 경매 시장이 열린 1일 대구 중구 약령시 ㈜대구시한약재도매시장에서 중간도매상들이 약재가 담긴 경매품목을 보며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전국 유일, 대구 약전골목 한약재 경매시장을 아시나요

1일 오전 11시 10분, 대구 중구 약령시 ㈜대구시한약재도매시장 앞. 한약재를 가득 실은 1t 트럭이 줄지어 창고로 들어온다. 차량이 멈춰 서자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약재를 내리고 이동식 카트로 운반하느라 바쁘다. 990㎡(300평) 남짓한 창고 안에는 한약재 포대 10여 줄이 길게 늘어 서 있다. 포대에는 지난달 27일부터 전국에서 도착한 산수유, 길경, 천궁, 우설 등 80여 가지 한약재가 담겨 있다. 포대마다 생산지와 약재명이 적힌 빨간 라벨이 붙어 있다. 포대 깊숙이 손을 찔러 약재 상태를 살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맛을 보는 이들도 눈에 띈다.

20분 뒤. 한 남성이 이동식 단상에 훌쩍 뛰어 오른다. '산수유 한 짝, 7천800, 8천, 8천200, 더 없습니까?' 경매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경매가 붙자 중간도매상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팔을 슬며시 들고는 경매가를 올린다. 약재가 담긴 포대를 돌며 환담을 나누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24번 낙찰. 24번 번호표를 받은 중도매상이 입찰에 성공한다. 주인을 만난 약재 포대에는 '경락'이라 적힌 파란색 카드가 놓인다. 경매 품목을 가리키는 2m 길이 초록색 쇠막대기가 옮겨질 때마다 30여명의 경매 무리도 함께 이동한다. 하지만 미리 생각해 놓은 약재 포대 앞에서 경매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중도매상도 보인다.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한 한약재 경매 시장이다. 한 달에 각각 1일, 15일 두 차례 경매가 열린다. 1983년 첫 경매를 시작으로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많게는 십여 물품의 단일 약재들이 경쟁하다보니 품질과 가격 면에서 단연 최고다. 충북 영동에서 천마 약재를 가져온 정민영(54)씨는 "대구 약재 경매시장을 이용하면 제값을 받을 수 있어 20년째 손수 가꾼 약재를 경매에 내놓고 있다"며 "오늘도 좋은 값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 명물 약재 경매시장은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중도매인과 약재 생산자 등 130여명이 창고 안에서 북적였지만 지금은 고작 30여명만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약재 시장이 전국으로 분산됐고 IMF이후 경기 침체로 약재 거래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윤상기(67·대구 달서구 본동)씨는 "이전에는 약재가 넘쳐 창고 앞 공터까지 약재를 재어 놓아야 했는데 지금은 품목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대구시한약재도매시장 이석동 대표는 "10년 전보다 약재 거래량이 60%이상 감소했다"며 "다른 지자체들이 앞다퉈 약재 도매시장을 설립하려고 애쓰는데 반해 대구시는 있는 시장마저 소홀히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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