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여행…영주 순흥 문화권

입력 2009-11-28 08:00:00

선비문화 제대로 느껴보시렵니까…일망무제 부석사 명품 일몰은 '덤'

부석사의 일몰은 초겨울인 지금이 가장 멋있고, 화려하다. 인기척이 끊긴 적막 속에서 맞은편 소백산맥 아래로 붉은 기운이 꿈틀거리며 내려앉는 광경은 보는 이의 가슴까지 녹여버린다.
부석사의 일몰은 초겨울인 지금이 가장 멋있고, 화려하다. 인기척이 끊긴 적막 속에서 맞은편 소백산맥 아래로 붉은 기운이 꿈틀거리며 내려앉는 광경은 보는 이의 가슴까지 녹여버린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대학으로 지금도 방문객 등을 대상으로 선비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대학으로 지금도 방문객 등을 대상으로 선비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몸을 잔뜩 움츠리게 하는 초겨울이다. 바람이 매섭고, 마음도 무겁게 한다. 초겨울 여행은 음식을 음미하듯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역사·문화 유적을 찾아보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

영주의 순흥 땅이 그러하다. 순흥에는 우리나라 선비문화가 소복하다. 그리고 역사의 애환도 서려 있는 곳이다. 또한 대개의 역사·문화 탐방은 유물과 유적지가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있어 적잖이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순흥은 하루 만에 선비문화를 볼 수 있게끔 한 곳에 모여 있다.

◆순흥문화유적권

순흥 가는 길은 대구에서든 서울에서든 중앙고속도로 풍기IC를 통과하는 게 가장 빠르다. 풍기IC를 내려 곧바로 우회전하면 소백산·풍기온천과 소수서원·부석사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부석사·소수서원 방향으로 20여분 차를 몰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길 찾기가 쉬울 만큼 안내판이 잘 되어 있다.

순흥문화유적권에는 선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과 소수박물관, 소수서원, 조선 단종의 비사가 깃든 금성대군 관련 유적지 등이 몰려 있다. 선비촌과 소수박물관, 소수서원은 한 울타리에 있는 데다 인근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그 규모가 대궐에 비견되며 고건축물의 아름다움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순흥문화유적권이 타 지방의 유적지들과 차별되는 것은 문화관광과 체험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다. 특히 자녀들의 산교육장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소수서원은 너무나도 유명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대학이다. 소수서원은 가물가물한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끄집어내 볼 만한 곳이다. 아름드리 장송 숲속에 위치한 소수서원은 장송과 나이가 엇비슷하다. 460년 전통이다. 소수서원은 조선 중기 학자이자 당시 풍기군수인 주세붕이 고려말 유현(儒賢)인 회헌 안향을 배향하기 위해 세웠다.

안향은 조선의 사상이자 학문인 성리학의 첫 단추를 꿴 분이다. 또한 순흥이 고향이다. 소수서원의 원래 이름은 백운동서원이다. 조선 명종 때 풍기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이 백운동서원을 공인화하고 나라에 널리 알리기 위해 관찰사를 통해 임금의 사액을 바라는 글을 올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소수서원은 "무너진 유학을 다시 이어 닦게 했다"는 뜻으로 퇴계의 정신이 담겨 있고, 퇴계 이후 영남 학문의 산실로 더욱 그 이름을 떨치게 됐다.

소수서원 탐방에서 꼭 챙겨야 할 역사지식은 소수서원이 조선시대 엘리트 유생들의 수학공간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바로 퇴계 이황과 대장간 무쇠장이 배순과의 일화다. 당시 퇴계는 배움을 열망하던 순흥 땅의 무쇠장이 배순을 제자로 삼아 '가르침에는 차별이 없다'(有敎無類·유교무류)'는 교육의 평등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지금의 선비촌안에는 당시 평등교육 모형이 전시·안내되고 있다.

소수서원은 국보인 회헌 영정과 보물 5점, 경북도 유·무형문화재 3점 등 다양한 유물도 갖고 있다.

소수서원 옆 선비촌은 옛 선비문화의 체험공간으로 보면 적절하다. 재현된 고택과 초가가 즐비하다. 고택과 초가에서 맞춤형 선비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두암고택과 인동 장씨 종가의 체험 콘셉트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이다. 사회에 진출해 이름을 드높인다는 뜻이다. 고택과 종가에는 중앙관직에 진출해 다양한 활동을 했던 옛 영주 선비의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김세기가, 김뢰진가, 장휘덕가, 김구영가, 김규진가, 두암고택가람집 등은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이다. 가난 속에서도 바른 삶을 중히 여긴 선비상이 담긴 곳이다. 하루 정도 묵으면서 청빈한 선비가 되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김상진가와 해우당고택, 강학당은 '수신제가'(修身齊家)로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이다.

'거무구안'(居無求安)의 만죽재와 옥계정사, 김문기가는 사는 데 있어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은 공간이다.

옛 선비는 자연과 더불어 풍류를 즐기는 것을 인격수양의 길로 여겼다. 옥계정사에서 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한 소나무의 자태를 바라보며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삶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선비촌에는 농악공연과 다도시연, 붓글씨강연, 전통혼례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많다. 다만 계절과 날씨에 따라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에 선비촌 방문 전에 홈페이지(www.sunbichon.net)를 통해 체험 프로그램을 미리 알아보야야 한다.

선비촌 위에는 선비촌의 병풍인 소나무숲과 마주한 소수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소수박물관의 탑방 콘셉트는 '선비정신세계'이다. 사서삼경과 옛 선현들의 개인문집, 나라의 교지, 소수서원 현판 등 소장 유물만 2만2천여점이다. 전시 유물은 600여점. 4개의 전시실에서 유교 사상, 옛 명현, 소수서원 역사 등을 보고 배울 수 있다.

또 소수서원 앞 도로 건너 편에는 금성대군 신단이 있다. 순흥의 비애가 깃든 곳이다. 세종의 아들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자 수양의 동생 금성대군은 순흥 땅에서 당시 순흥부사 이보흠과 함께 단종복위를 꿈꾸다 세조에게 발각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신단은 바로 단종복위운동 당시의 금성대군과 이보흠을 비롯한 순흥의 순절의사들을 제사지내는 곳으로 지금도 봄·가을에 향사를 올리고 있다. 인근에는 유배된 금성대군을 격리시킨 위리안치지도 자리하고 있다.

세조 당시 순흥의 충절은 순흥 땅에 피바람을 불렀고, 당시 순흥 땅이 피로 물들었다는 전설이 지금도 전해오고 있다. 순흥민들의 비애와 순흥 선비들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꽃 한송이를 신단에 올리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

순흥문화유적권은 한나절이면 충분히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관람요금은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 선비촌 통합 요금이다. 개인의 경우 어른은 3천원, 어린이는 1천원이며 30명 이상 단체일 경우 어른은 2천500원, 어린이는 800원이다. 유적권 관람시간은 겨울(11~2월)인 지금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입장시간은 관람시간 종료 1시간 전까지이다.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에서는 이용객들을 위해 관광안내 봉사실(054-639-6259)을 운영하고 있으며 문화유산 해설사와 관광안내 봉사원들이 대기중이다.

선비촌 숙박체험(054-638-6444)의 경우 방 크기와 인원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대개 2명과 4명을 기준으로 해 4만5천원에서 최고 15만원이다.

숙박체험 고급형(4인실)의 경우 오전 8시 30분부터 반기음식을 제공하며 영주특산물과 인견잠옷(하절기), 야간 주전부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선비촌 바로 위의 부석사 가는 방향에 위치한 선비문화수련원은 일종의 '전통교육기관'. 유교문화와 전통문화를 교육하고, 체험하는 곳이다.

교육과 체험 전문기관이어서 사전에 미리 프로그램 개설 여부 및 교육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054-631-9888).

수련원은 크게 예절교실과 전통문화체험교육, 연수 및 위탁교육을 주로 한다. 예절교실의 경우 어린이 예절교실, 청소년 인성예절교실, 어머니 인성예절교실, 가족예절교실, 한문교실, 전통의례교실, 선비문화교실 등이 있다.

전통문화체험교육은 주부과거제, 전통복식전, 과거시험 재현 등을 운영중이다.

연수 및 위탁교육은 유림지도자, 공무원, 직장인, 학생, 군인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수련원 역시 순흥문화유적권과 한울타리여서 1박 2일 코스로 탐방도 하고, 체험도 하면 일석이조의 테마여행이 될 것이다.

◆명품 일몰, 부석사

초겨울 부석사 방문은 해질녘을 권하고 싶다. 순흥문화유적권을 둘러본 뒤 해지기 1시간 전쯤 부석사로 출발하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사계절 중 초겨울의 부석사 일몰은 '명품 중 명품'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림으로 그린다면 소백산 기슭의 부석사 무량수전 앞, 스님도 사람의 인기척도 끊어진 적막 속에서 오색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있는 초겨울, 저 멀리 부석사 맞은편 소백산맥 아래로 붉은 기운이 꿈틀거리며 내려앉는 광경이랄까.

붉디붉은 태양의 화려한 춤은 산 아래로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30여분은 족히 이어진다. 때론 샛노랗게, 때론 용광로처럼 불타올라 보는 이의 가슴까지 녹여버린다. 부석사는 너무나 조용한 절이다. 발소리를 내기 미안할 만큼 고즈넉하다. 그래서 부석사는 찾는 이들의 마음까지 숙연케 한다.

부석사를 또 달리 표현한다면 '사무치는 천년의 그리움'이랄까.

부석사는 신라의 국가 이념이자 사상인 화엄종의 종찰이었다. 우리나라 5대 명찰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신라의 의상대사가 왕명에 의해 창건한 사찰로 천년고찰이다. 수식어가 이뿐이겠는가. 우리나라 사찰 중 국보와 보물이 가장 많다. 국보만 해도 무량수전, 소조여래좌상, 무량수전 앞 석등, 조사당, 조사당벽화 등 5개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싫증나지 않을 만큼의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소백산이 부석사의 울타리인양 마당안으로 들어와 있는 풍광도 부석사의 또 다른 '국보'다. 여기에 경내에 깔린 국보와 보물의 가치까지 느낀다면 부석사의 모든 것을 담아가는 것일 게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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