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경산 하양 '인간 신호등' 김찬규씨

입력 2009-11-27 07:38:14

매일 아침 경산시 하양읍 하양초등학교 교차로를 찾으면 마주치는 이가 있다. 30년 가까이 이곳에서 교통안전 봉사를 해온 김찬규(65)씨. 이곳 주민들은 오랜 세월 오롯이 봉사를 해온 그를 '인간 신호등'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20일 오전 7시 40분 하양초교 교차로. 이날도 김씨는 교통 지도에 여념이 없었다.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손놀림이 교통경찰 못지 않게 절도 있고 재빠르다. 교차로에 도착한 학생들은 김씨를 보자 마치 푸근한 동네 아저씨 대하듯 친근하게 인사한다.

김씨의 직업은 택시 기사. 현재 하양 콜 개인택시를 몰고 있다. 평소 뭔가 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방법을 찾지 못하던 김씨의 눈에 문득 직업과 관련된 교통안전 활동이 들어왔던 것. 1982년부터 시작한 봉사가 어느새 27년이나 됐다. 아침 일찍 하는 봉사를 위해 그는 택시 운행도 오전 10시로 미루는 열의를 보였다.

그는 학교 앞 학부모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보통 학부모들이 학교 정문에서 30~50m 전후의 신호등 부근에 등교하는 자녀를 내려주기 위해 정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하지만 그곳은 스쿨존이기 때문에 정차해서는 안 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이지만 정차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 기분 나쁘게 안 좋은 소리를 하고 가는 이들도 있어요."

그는 이 같은 활동이 대단치 않은 일이라면서도 남모를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겨울에는 손과 얼굴 등이 얼어 호루라기를 입에 물지 못하거나 수신호를 하지 못하는 때도 자주 있어요. 이것도 일이라고 몸이 피곤해 감기에 걸릴 때도 더러 있죠. 한번은 심하게 앓아 1주일 정도 병원 신세도 졌어요."

하지만 그는 30분가량의 봉사활동을 마친 뒤 느끼는 뿌듯함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것. 김씨는 "사랑하는 학생들과 주민들이 자유롭게 다닐 만큼 교차로가 안전해질 때까지 봉사를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김씨는 현재 경산경찰서 교통규제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활발한 봉사활동으로 내무부장관 표창과 경상북도지사 표창, 경북지방경찰청장 표창, 경산경찰서장 표창, 국회의원 표창 등을 받기도 했다.

글·사진 황금천 시민기자 whang1600@hanmail.net

도움: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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