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퇴근을 서두르는 금요일 오후 10시, 국회 본청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실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야근은 기본 아니냐"는 손준철(54) 수석전문위원은 "덕분에 잠깐 쉬자"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무척 피곤한 눈빛이었음에도 입가에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일하는 시간, 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무척 좋단다.
손 위원은 국회 입법고시 5기 출신으로 현재 국회 내 전문위원 중 최고 선임자. 재정경제위를 거쳐 방송과장, 공보담당관, 연수국장을 거쳤고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에서 현재 방송법 체계를 다듬었다. 2005년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1년간 연수를 받았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정무위에 몸담고 있다.
그는 "지금은 막혀 있지만, 남과 북의 방송교류 물꼬를 텄던 게 큰 보람이었다"며 "당시 남북이 방송콘텐츠를 교류하자고 약속했고 북한에 중계차 등 방송장비를 지원하는 등 교류가 활발했다"고 회고했다.
'국회 생중계'도 초대 방송과장이었던 그의 손에서 나왔다. 당시 국회 내 방송시설 공사를 끝냈고 1994년에는 국회 방송도 완비했다. 그는 "국회를 오픈(open)해야만 정직하고 건전한 토론문화가 정착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부의 '절대량'도 보통 아니다. 1990년대 초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정치학과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지금도 단국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로 사회복지법제를 가르치고 있다. 일어,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에도 능통하다.
손 위원은 "당시 일본 학생들의 눈빛은 뭐랄까… 도전을 모르고 평화에 안주하는, 꿈이 없는 것 같았다"며 "미안하지만 요즘 우리 대학생들의 눈빛이 그들을 닮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또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도전할 것이 없다고 여겨지지만 '박력 있게 도전할' 무엇은 늘 우리 주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밤 늦도록 이어지는 야근도 그에겐 하나의 '도전'이란다.
'인생 3분법' 이야기도 와 닿았다.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을 3등분한 뒤 한 부분은 국회 일에 힘쓰고, 또 하나는 새로운 책을 읽는 등 자기계발에 쏟고, 나머지 시간은 많은 사람을 만난단다. 그래야만 "워크홀릭의 삶에서 잠시 빠져나와 여유를 즐길 줄 알고, 조직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여전히 바쁘다. 보험법 정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단다. 보훈체계도 개편해야 하지만 국가 재정을 염려해야 한다. 그는 "입법과정이 열려 있어야 정확하고 균형 잡힌 법률이 제정된다"며 "입법 투명성을 위한 컨설팅 제도를 만드는 것이 마지막 임무로 여겨진다"고 했다. 피곤이 역력한 얼굴에도 웃음을 머금은 이유를 알게 됐다.
손 위원은 경북 왜관 출신으로 왜관초, 대구 경일중, 대구고를 거쳐 단국대 행정학과에 입학, 박사로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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