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피플]사시수술 한해 400여건 영남대병원 김명미 교수

입력 2009-11-23 07:29:22

"어려운 수술 못하게 될까봐 개원 욕심 접었어요"

17일 오후 7시쯤 영남대병원 안과 병동. 대부분의 진료실이 오후 5시쯤 외래진료를 마감했지만 김명미(54) 교수의 진료실에는 여전히 환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김 교수는 영남대병원의 '스타 의사'다. 사시(斜視) 환자들이 김 교수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하염없이 줄을 서 있다. 사시 환자가 수술을 받기 위해 김 교수를 찾아가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일단 김 교수의 얼굴을 보는 외래 진료 예약이 6개월 후에나 가능하다는 소리에 놀라고, 간신히 진료를 받고 수술 날짜를 잡으려면 3년 뒤인 2012년 달력에 수술이 일정이 잡혀 놀라게 된다. 물론 특별한 경우는 '새치기'도 가능하다.

"생후 6개월 이전에 생긴 내(內)사시 수술은 아무리 수술 일정이 밀려도 빨리 해줍니다. 영아 내사시는 늦어도 만 2세가 되기 전에 수술을 해야 합니다."

사시 수술은 눈동자를 움직이는 안구 근육의 길이를 조절해 정상 위치로 돌려주는 섬세한 수술이다. 김 교수는 사시 수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한 해 400여건의 사시 수술을 하고 있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김 교수에게 사시 수술을 받은 사람이 무려 8천여명이다. 환자들이 2년 4개월을 기다려서라도 김 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려는 이유는 뭘까?

"최선을 다해서 진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환자를 허투루 대하지 않습니다. 수술방법도 신중하게 고릅니다.'수술해도 눈이 바르지 않으면 또 할 수밖에 없지'라는 생각을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김 교수의 명성이 알려지다 보니 전국에서 환자들이 밀려온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와 울릉도와 거제도, 백령도, 제주도에서도 환자들이 온다. 한때 개원에 대한 욕심도 가졌지만 지금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의과대 동기들이 개원하면 '떼돈'을 벌 텐데 왜 안 하느냐고 의아해하더군요. 개원하면 어려운 수술은 못 할 게 뻔합니다. 누군가는 교수를 하면서 연구도 하고 '후계자'도 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쁜 만큼 개인 시간 내기가 힘들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고 싶지만 시간이 좀체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직접 쓴 논문이 50여편에 불과한 이유다.

김 교수는 의대 본과 3학년 때 의사인 아버지의 권유로 안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어릴 때는 몸이 약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안과를 선택하면 육체적으로 편하다고 추천했습니다. 안과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학생 시절 교수님의 강의를 지금도 기억할 정도입니다."

그때의 예상과 달리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안과 의사로서 보람은 크다. 길을 가다가 사시 수술 환자의 어머니가 알아보고 인사를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눈이 바르게 된 것이 가장 기분 좋다. 김 교수에게 사시 수술은 끊임없이 도전해야 할 프로젝트다.

"환자가 많이 몰리는 의사가 좋은 의사냐고요? 환자한테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실력과 인간미도 조화를 이뤄야 하겠죠.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아무리 많은 환자가 밀려도 환자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려고 애씁니다."

#수술실 따라 들아가 보니……다섯 살 남자 아이 눈이 작아 더 긴장된 한 시간

18일 오전 11시쯤 영남대병원 수술실. 다섯 살 남자 아이가 수술대에 누워 있었다. 아이는 간헐외사시를 갖고 있다. 눈동자가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사시다. 김명미 교수가 수술대로 다가왔다. 사시 수술기구는 다른 외과 수술에 비해 적은 편으로 19개 정도가 사용된다.

사시 수술은 눈동자를 움직이는 안구 근육의 길이나 위치를 조절하여 눈을 바른 위치로 돌려주는 섬세한 수술이다. 김 교수가 이날 선택한 수술법은 후전법이다. 눈의 왼쪽에 있는 근육(외직근)을 원래 위치에서 5mm 정도 뒤로 밀어붙이는 수술이다.

김 교수는 우선 아이의 오른쪽 눈 결막을 절개했다. 다음으로 외직근을 찾아서 사시 수술용 봉합사를 걸고 외직근 부착부를 잘랐다. 수술용 자로 정확하게 5mm 위치에 점을 찍어 근육을 뒤로 옮길 곳을 표시한 다음 흰자위에 바늘을 통과시켜 근육을 고정했다. 봉합사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녹는다. 오른쪽 눈도 왼쪽 눈과 동일하게 수술했다.

1년에 400건씩이나 하는 수술이지만 김 교수는 끝날 때까지 잠시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수술은 마취시간을 포함해 1시간가량 걸렸다. 김 교수는 "아이의 눈이 작은 편이라 출혈이 좀 있어서 애를 먹었지만 수술은 잘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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