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쇠퇴로 피해를 본 사람 중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저일 것입니다."
국토해양부 김광재(53) 물류정책관은 사업을 하던 자신의 두 형제가 섬유산업의 하향세와 함께 어려워진 상황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연스레 섬유산업 이후 뚜렷한 대체산업이 없는 대구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대구는 삼성상용차를 부산에 뺏긴 이후 이렇다할 대규모 투자사업이 없습니다. 전국 각지를 보면 민자를 얻어서라도 대규모 사업을 유치하는데 대구는 우리 같은 공무원을 이용해서라도 하루 빨리 내일의 먹을거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규모 산업시설 부재는 생산시설과 주변산업의 부재 현상을 초래해 GRDP가 16년째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쓰고 있는 것 아닙니까. 고향만 생각하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픔니다."
세종시 특혜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지방 투자에 김 정책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아직도 대구에 많은 자금이 있는 만큼 타지로부터 자금 유입도 중요하지만 일단 대구 안의 자금이 지역에 골고루 배분되거나 우선적으로 투자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섬유해서 돈 번 사람들, 지금 다 어디 있습니까? 돈 벌어 중국으로, 서울로 다 가지 않았습니까? 고향에서 번 돈은 기본적으로 고향에 투자하는 게 바로 애향심이죠."
그는 내년엔 경북 칠곡에 영남권 복합화물터미널이 본격 가동돼 기쁘다고 했다. 앞으로 구미, 포항, 대구의 수출입 물동량이 수월하게 집하돼 지역 경제 발전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역에 대해 강변하던 그는 자신에 대한 평가는 극히 인색했다. "그냥 평범하게 생활만 한 일반 공무원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20여년 남짓한 공무원 생활 중 라디오 방송 출연만 100회, 훈장을 3개나 받는 등 바쁜 공직 생활을 소화했다. 1997년 국제항공과장 재직시 대한항공 괌 사고의 수습대책 총괄, 남북한 비행정보구역 개설 합의 등 굵직한 사건에는 그의 묵묵한 뒷바라지가 있었다.
대구공항에 대구~오사카, 대구~나고야, 대구~칭다오 노선을 개설하는데 일조한 이도 김 정책관이었다. 최근엔 포항신항만 활용도를 높이는데도 한 몫 거들었다. 러시아 최대 화물운송사인 페스코(FESCO)가 신항만을 이용토록 지난해 협약을 체결하는 실무를 지원한 것이다. 대구지하철 화재때는 교통종합기획과장으로 있으면서 중앙부처의 수습대책에 나서기도 했다.
김 정책관에게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것'은 화물연대 파업이다. 물류정책관으로 책임져야 하는 핵심 업무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 상경 파업 때도 "일부 운송 거부가 있었지만, 대체차량 투입으로 수송 차질은 거의 없습니다. 계속 필요한 모든 조치를…"하면서 수많은 방송 인터뷰를 해야만 했다.
자신의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말을 아끼던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공항 이용객은 레저 이용객이 70%, 비즈니스 30%입니다. 신공항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용객의 활성화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일단 지역이 잘 살아야하고 돈을 많이 벌어 공항 수요자를 내부적으로 창출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도 강조했다. 김포공항 수요가 폭발한 시기는 일본 등 주변국이 제대로 허브공항을 만들지 못할 때여서 적지 않은 외국 수요가 있었지만 이제는 일본은 물론 중국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남권 신공항을 충분한 경쟁력 있는 허브 공항으로 구상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김 정책관은 대구 중구 대신동에서 태어나 경북중, 대구고,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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