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택 작,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었으나 끝을 보지 못한 일 있었을 것
잘 가노라 닫지 말며
김 천 택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
부디 긎지 말고 촌음(寸陰)을 아껴 쓰라
가다가 중지곳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
"잘 갈 수 있다고 하여 뛰어 달리지도 말고, 잘 못 간다고 포기하며 쉬지도 마라. / 아무쪼록 그치지 말고 계속하여 짧은 시간이라도 아끼어 보라 / 만일 시작해 가다가 중간에서 그만 두면 그것은 처음부터 아니 간 것만도 못하리라" 로 풀리는 시조다.
남파(南坡) 김천택(金天澤)의 작품이다. 평민출신으로 창곡에 뛰어났으며, 김수장 등과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에서 후진을 양성하였다. 1728년에 '청구영언'을 편찬, 시조 정리와 발전에 공헌하였다. 그의 작품은 '청구영언'에 30수, '해동가요'에 57수가 전하는데 이 가운데 14수가 겹쳐 남긴 작품은 73수다. 생몰연대가 밝혀져 있지 않은 기록도 많으나 심재완 '정본시조대전'에는 1687년(숙종 13년)~1758년(영조 34년)으로 밝혀져 있다.
숙종 때 포교(捕校), 즉 포도청에 속하여 범죄자를 잡아들이거나 다스리는 일을 맡아보던 벼슬아치를 지낸 것으로 기록된 곳도 있다. 따라서 포교의 직책을 가지고 가인으로 활동했을까 하는 의문이 있는데, 젊었을 때 잠시 관직에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지만 시가사상(詩歌史上) 최초로 '청구영언'을 편찬하여, 시조의 정리와 발전에 공헌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작품은 무슨 일이든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끈기 있게 해나가야 성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교훈성이 강한 작품이다. 뜻을 세웠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초장에서는 '중용'(中庸)을 강조한 듯도 하지만, 종장에서는 중단 없는 전진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종장 같은 경우는 문학 작품이지만 경구적 성격이 더 강하다. 많은 사람들이 뜻을 세워 시작은 했지만 중도에서 포기하고 마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었으나 끝을 보지 못한 일이 있을 것이다. 결과로 나타난 좋은 것만 보고,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너무나 뻔한 이치를 담은 것 같지만 그 가락이 유연하고 내용이 삶의 진리를 담고 있다. 무슨 일이든 좋아보여서 시작했다가 그만두는 일 경험하지 않은 사람 드물 것이다. 이 작품을 해설하는 필자도 뒤통수가 간지러워지는 것을 숨기기 어렵다.
문무학 시조시인·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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