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격이다. 대형 포클레인 수백대로도 막기 어렵게 될지도 모르겠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정부의 세종시 해법과 관련, "일을 방치해 두다 쓸데없이 많은 힘을 들이고, 온 국토를 다시 '분열'로 몰아갈 우려가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충청권의 반발만을 의식했던 정부의 급조된 '세종시 원안+알파' 수정 방안이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용지 공급 가격의 대폭 인하,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내건 '특혜'에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으로 세종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 고개를 젓는다.
정부가 세종시 성격을 바꾸기로 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16일 출범한 민관합동위원회 첫 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를 돈과 기업이 모이는 경제 허브, 과학과 기술이 어우러지는 과학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발등의 불만 끄려는 근시안 때문에 살고 있는, 살아야 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대한 지나친 혜택은 첨단의료복합단지·혁신도시 등을 추진해온 대구경북 등 또 다른 지방에 역차별로 되돌아올 뿐 아니라 경제질서를 해치고, 결국 국가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 총리는 국무총리가 아니라 충청총리, 세종시총리냐'란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방침은 '갑'인 정부에 대해 '을'일 수밖에 없는 전경련조차 무리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은 17일 정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 테니 기업들이 많이 투자해 달라"는 당부에 "나중에 다른 지역에서 역차별 논란이 일 수도 있는 만큼 세심하게 신경써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기업들을 세종시로 이전시키기 위한 당근책은 서울에 이은 '제2의 블랙홀'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국가균형발전은 공허한 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 조원동 세종시 실무기획단장은 17일 "다른 경제자유구역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세종시도 기업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치할 수 있도록 세종시 입주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를 적당한 수준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또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는 이를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세종시 해법이 그의 말대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을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켜볼 일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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