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몰아주기' 대형 국책사업 차질
정부가 세종시를 '슈퍼 기업도시'로 조성하려고 추진해 전국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가 각 지방의 기업·혁신도시는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했지만 기업과 대학, 연구소, 의료법인 등의 '세종시 몰아주기'가 구체화되자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블랙홀' 우려는 16일 열린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첫 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돈과 기업이 모이는 경제 허브, 과학·기술·교육·문화가 어우러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과학 메카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이후 정부는 기업 유치를 위해 3.3㎥당 227만원에 달하는 땅값을 35만~40만원선에 분양하겠다고 한데다 경제자유구역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까지 제시하면서 지역간 형평성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따라 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대구국가산업단지, 대경경제자유구역등 기업 유치에 공을 들여온 대구경북을 비롯한 각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발전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가까운 세종시에 파격 인센티브까지 선물하게 되면 국내외 기업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세종시로 몰리게 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해 세종시 성격을 '기업도시'에서 닷새 만에 '첨단교육과학도시' 또는 '경제도시'로 바꾸려 시도했지만 각 지역의 반발을 되레 키우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와 지방분권실현 부산시민사회연대'는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 백지화는 분권 균형발전의 포기선언"이라고 중앙정부를 비난했다.
이 단체는 "수도권 과밀 해소와 분권 균형발전이라는 당초 목적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기업도시를 들고 나온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는 불필요한 국민 갈등을 유발하는 세종시 논란을 중단하고 서민 생활안정대책 마련에 주력하라"고 촉구했다.
호남권의 경우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무안과 영암·해남기업도시 등 전남권 기업도시가 심각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분양 예정인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도 피해가 클 것이라는 게 지역 여론이다. 전남 출신인 박재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전의 세종시 이전설이 나오면서 광주전남 지역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며 "세종시 문제가 충청권 민심 이반에 이어 호남 지역 민심까지 자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혁신도시가 들어설 나주 출신인 민주당 최인기 의원도 "만약 이런 내용이 근거가 있다면 현 정부는 전국 10개 혁신도시가 건설되는 전 지역에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남도는 이와 관련해 혁신도시가 건설되는 지역의 지자체, 지역정치권,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해 당사자인 충청권도 논란이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충남북 광역의회 의장단은 18일 '세종시 원안 건설 촉구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행복도시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함께 '국토균형발전의 4종 세트'"라며 "행복도시 건설을 수정하면 혁신도시, 기업도시, 공공기관 이전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세종시 수정안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역 역차별 여론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세종시 이전 대상 기업은 수도권에 있는 기업에만 해당될 뿐 혁신도시 이전이 확정된 기업들은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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