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孝

입력 2009-11-17 10:52:00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는 얼마쯤일까. 누구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가깝고도 멀다는 게 모두 정답일 것 같다. 나와 다르지 않고 나보다 소중하기에 막말도 서슴지 않으며 키우지만 받아들이는 자식의 마음은 다르다. 중년들에게 나도는 유머다. 아들을 기준으로 할 경우 부모 자식의 촌수는 태어나 슬하에 있을 때는 무촌, 사춘기에 들면서는 사촌, 대학 가고 군대 가면 팔촌, 장가 가서 제 자식 나으면 동포란다. 마누라와 자식만 데리고 이민이라도 가버리면 그야말로 해외동포다.

노년에 이른 부모와 자식을 소재로 한 유머에는 옛적 대접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의 자조와 서글픔이 묻어난다.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는 오늘의 단면이기도 하다. 노인 인구의 급증은 이미 대세다.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노령화지수가 낮은 편이지만 현재의 출산율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2020년에는 선진국을 추월하고 2050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러 젊은이 2, 3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노인들의 절반은 자식과 떨어져 산다. 노부부끼리 살면 나은 편이지만 홀몸노인이나 노숙의 대열에 끼는 노인도 늘고 있다. 노인 스스로의 선택인 경우도 있지만 본인 의지와 무관한 결정도 있다. 외로움을 스스로 선택한 노인 상당수도 얹혀 사는 부담과 자존심을 이유로 드는 것을 보면 자식 마음이 부모 마음과 같지 않은 모양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중국에서 배워야 할 미덕 5가지를 꼽았다. 그 중 하나가 효이자 장유유서다. 어릴 적엔 부모가 자식을 돌보고 세월이 지나면 자식이 부모를 공양하는 동양의 미덕을 타임은 일종의 사회계약으로 규정하며 배우라고 조언했다. 노인에 대한 비용과 관심을 가족이 부담하는 동양문화가 가정과 사회의 질서와 품격을 높인다고 본 것이다.

효에 있어 동서양의 가르침은 다르지 않다. 성경에도 부모를 공경하면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린다고 가르친다. 동양에서 효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자식의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열 자식을 하나같이 키우는 데는 고금부터 동서양이 모두 한결같지만 부모를 대하는 열 자식의 마음은 혹은 기쁘게도, 일부는 귀찮게도 여긴다. 그래서 먹이를 구해와 늙은 어미를 먹여 살린다는 까마귀가 되레 사람보다 낫다며 반포지효라는 말이 생겨난 모양이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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