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혁신은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 형태에 어떤 영향을 받을까. 자금 조달을 은행 대출에 의존할 경우와 채권 및 신주 발행을 이용할 경우 기업은 기술혁신에 어느 정도 의지를 보일까.
경북대 경영학부 김석진 교수가 이달 7일 경북대에서 열린 한국재무관리학회 추계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기업의 외부금융 조달 방법과 기술혁신'은 이 같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실증적으로 분석,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에 등록된 기업-연 합계 5천974개의 자료를 통해 외부금융 조달 방법이 기술혁신 활동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은 기술혁신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대출 기준은 보수적이어서 상당한 담보 제공을 요구하므로 고위험-고수익 구조를 가진 기술혁신 활동을 하려는 경영자의 의지를 꺾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은행 대출 담당자는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투자를 평가할 능력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경영자의 투자 의욕을 꺾는 것은 물론 프로젝트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도 큰 것으로 지적됐다.
반면 채권 및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경영자에게 기술혁신 활동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자는 은행으로부터 대출 및 재대출을 거부당할 걱정에서 해방되므로 불확실하지만 잠재력이 있는 기술혁신 활동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는 것이다.
2004년 현재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의 경우 은행과 자본시장의 비중이 거의 1대 1인데 비해 한국은 1대 0.6으로 은행 비중이 크다. 한국 기업들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데 금융 문제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그만큼 큰 셈이다.
김 교수는 또 기업들을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 의약, 전자, 컴퓨터 등 첨단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채권과 신주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느냐에 관계없이 기술혁신 활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의 현금 흐름이 좋지 않더라도 미래의 수익 창출을 위해 지속적인 기술혁신 활동을 하려는 기업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 방법을 은행 대출, 채권 및 신주 발행으로 세분하고 기술혁신 활동과의 관계를 10년치 자료를 이용해 실증적으로 분석했다는 데 논문의 의미가 있다"며 "기업의 기술혁신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은행과의 관계금융 의존도를 낮춰 기술 개발 및 설비투자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