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살아야 내가 산다.'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는 최근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앤서니 존슨 영입이 그것. 새로 합류한 선수가 괜찮은 기량을 지녔더라도 단숨에 팀 플레이에 녹아들기는 쉽지 않다. 오리온스의 이번 승부수가 적중하기 위해서는 이동준의 활약이 절실하다. 이동준이 골밑을 든든히 지켜야 존슨이 휘젓고 다닐 여지가 커진다.
존슨은 2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평균 13.5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갑작스레 합류한 것 치고는 괜찮은 성적. 일단 좋은 슛 감각과 안정된 개인기, 수준급의 운동 능력을 지닌 선수로 보인다. 존슨의 포지션은 스몰포워드. 허버트 힐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오리온스로서는 김승현의 복귀로 날카로움과 빠르기를 더했을 뿐 아니라 존슨의 가세로 공격 수단이 더 다양해질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존슨의 영입으로 공격 속도가 빨라지는 대신 높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존슨의 키는 194.5㎝로 이전 외국인 선수인 케빈 마틴보다 10㎝ 이상 작다. 이번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는 한 명만 코트에 나설 수 있는데 힐(203.5㎝) 대신 마틴이 아니라 존슨이 뛸 때 오리온스는 높이 대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힐보다 더 오래 코트에 머물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원주 동부의 마퀸 챈들러(196.5㎝), 울산 모비스의 애런 헤인즈(201㎝)처럼 높이로 승부를 걸지 않아도 팀의 핵으로 뛰는 선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두 팀의 경우 뛰어난 기량을 지닌 국내 장신 선수들이 버티고 있기에 이들의 기용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동부에는 국내 최고의 골밑 자원으로 꼽히는 김주성(205㎝), 모비스에는 영리한 플레이를 하는 함지훈(198㎝)이 뛴다.
결국 존슨에게서 쏠쏠한 활약을 기대하려면 국내 장신 선수가 뒤를 받쳐줘야 한다. 힐 다음으로 큰 이동준(200㎝)이 해야 할 역할이다. 이동준이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수비와 리바운드. 공격은 다른 선수들이 맡아줄 수 있다. 하지만 이동준이 골밑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힐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지고 덩달아 존슨의 기용 빈도도 줄어들면서 힐의 체력 부담이 가중된다.
이동준이 파워포워드 본연의 임무인 리바운드와 몸싸움 등 궂은 일을 잘 해낼 때 존슨의 '코리안 드림'이 실현될 수 있다. 높이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된 오리온스 역시 존슨과 처지가 비슷하다. 오리온스가 새 외국인 선수 영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이동준의 플레이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이동준은 13일 대구 홈에서 인천 전자랜드의 서장훈(207㎝)을 상대로 능력을 시험받는다.
한편 12일 경기에서 원정팀 울산 모비스가 전주 KCC를 87대84로 제압, 시즌 7승(5패)째를 거두며 KCC와 함께 공동 4위로 한 계단 올라섰고 창원 LG는 서울 삼성을 91대82로 완파, 2연패에서 벗어났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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