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지역 불경기에 회사부도 불똥 병역특례병 냉가슴

입력 2009-11-13 07:46:40

"지금이 벌써 두 번째 실업이에요. 앞으로 또 일해야 할 지정업체를 찾고 있는데 취업이 쉽지 않네요. 그리고 또 불황이라 언제 잘릴지도 모르고요."

병역특례병 이모(23·대구시 달서구)씨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지역 불경기의 한파의 피해자다.

이씨는 2007년 12월 한 해 매출이 약 200억원, 직원 70명이 넘는 유망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차량용 컴퓨터와 내비게이션을 생산하던 이 기업은 빌게이츠가 임원진들에게 줄 선물로 차량용 컴퓨터 20대를 사갔을 정도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대통령, 대구시장도 중소기업 방문 시에 항상 먼저 방문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건실한 중소기업이 파산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업체가 부도나기까지 이씨가 복무한 기간은 7개월. 다시 지정업체를 찾아 나선 이씨는 2008년 11월 연매출 70억 정도 되는 주방가전 모터 생산 기업에 입사했다. 하지만 이씨의 두 번째 기업도 올 여름 가동을 중단했다. 이씨는 8월 31일에 또다시 실직자가 되었다.

"구직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의무 복무기간이 90일 정도밖에 남았다는 이유로 기업체들이 잘 고용하려하지 않아요" 라며 "앞으로 석 달 안엔 꼭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아니면 다시 현역으로 복무해야 해요."

이씨처럼 의무복무 기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자신이 근무하던 병역특례업체가 부도나거나 휴업한 경우, 특례병들의 고민은 더욱 크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몇개월만 일하면 떠날 인력은 활용가치가 다소 떨어지므로 채용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무종사 기간을 완전히 채워야 전역이 가능하고 지정 업체에 들어가지 않으면 군에 가야할 지도 모르는 특례병들은 '원하지 않는 근무 조건'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병역특례병으로 복무를 마친 김모(23·대구시)씨는 "저는 약 1개월 정도의 의무종사 기간이 남아서 어떤 기업도 저를 고용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 임금을 받지 않고 근무해서 복무기간을 다 채웠어요"라며 답답했던 상황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대구병무청 관계자는 "특례복무업체가 문을 닫을 경우 3개월의 전직 대기기간이 주어진다. 또 3개월을 넘기면 복무기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3개월의 전직 대기기간이 추가로 주어진다"며 "병무청에서 최대한 지정업체를 소개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올해 15명이 기업체 사정으로 실직했으나 11명이 전직했고 나머지도 현재 구직 중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병무청에서 업체 방문 등 최대한 지정 업체 알선에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특례병 자격 상실로 현역 입영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애로사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찾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지예 시민기자 qkznl2000@naver.com

도움: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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