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 보면 슬금슬금 차선을 침범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이유없이 속도를 낮추었다 높이곤 하는 차들을 보게 된다. 자세히 보면 DMB를 시청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지난주 법원에서 우려스러운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DMB를 시청하여 부과된 과징금이 위법이라는 것이다. 법리적인 문제가 있겠으나 이 결정이 운전 중 DMB 시청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 사실 DMB 시청이 음주 운전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은 이미 어느 교통안전연구소에서 보고된 바 있지만, 이러한 운전 행위가 뇌의 정보처리적 측면에서도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제기하고 싶다.
우리는 두 개 이상의 과제, 예를 들어 라디오 듣기와 운전을 큰 어려움 없이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뇌의 기능을 고려하면 이해가 가능하다. 우리 뇌에는 보거나 들은 정보를 단기간(약 2초에서 10초 정도) 유지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는 기억체계가 있다. 이 기억체계는 다시 소리나 언어정보를 처리하는 소리처리계와 시각과 공간정보를 처리하는 시공간처리계로 분리된다. 문제는 각 처리계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용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할 때 주의가 분산되어 각 과제의 수행을 방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안전 운전에는 변화하는 도로 상황을 즉각적으로 지각한 후 그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급정거하는 앞차, 갑자기 비집고 들어오는 옆차, 차로 유지, 신호등 검색 등등 엄청난 양의 시공간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이미 시공간처리계는 과다한 정보로 과부하가 걸려 있다. 이때 DMB 시청은 과부하가 걸린 시공간처리계의 제한된 자원을 공유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자연히 운전 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반면, 소리처리계는 부하가 전혀 걸려 있지 않다. 따라서 라디오나 옆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운전하더라도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설명 때문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소리처리계의 자원을 요구할 테니 운전에 방해되지 않겠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또한 그렇지 않다. 안전 운전을 위해서는 운전자의 안정된 자세가 중요하다.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귀에 대면 운전 중 자세가 불안정해지고, 변화하는 도로 상황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능력 또한 떨어진다.
그나마 DMB 시청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법안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입법과정에 이러한 인간의 능력과 한계가 고려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남균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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