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수능 1월 1일

입력 2009-11-12 10:59:56

지금이야 거의 모든 국가들이 양력 1월 1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당연히 아니다.

서양에서는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지역마다 서로 다른 달력을 통일한 기원전 46년부터 January가 1월이 되었다. 황제를 꿈꿨던 카이사르가 한 해를 하루라도 먼저 시작하기 위해 그때까지 1월이었던 March를 3월로 보내고 한 해의 처음을 두 달 당겼다는 것이다.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시대부터 카이사르 때까지 한 해의 시작은 춘분이 들어있는 달, 즉 3월 봄철이었다.

중국에서는 왕조국가가 바뀔 때마다 한 해의 시작이 달라졌다고 한다. 11월인 때도 있었고 12월인 때도 있었다. 동지가 들어있는 달이 한 해의 시작인 경우가 많았다. 지금처럼 양력 1월 1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은 것은 신해혁명으로 수립된 중화민국 정부가 양력을 채용한 1911년부터이다.

우리나라에선 고종 황제가 1895년 음력 11월 17일을 1896년 1월 1일로 삼는다는 조칙을 반포하면서 양력을 공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1월 1일과 민족 명절인 설, 아직까지 이렇게 두 번 새해를 맞는 것도 현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1월 1일 새해를 시작하는 데 대해선 꾸준히 이견이 제기돼 왔다. 천문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세시풍속을 따져도 너무 밋밋한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낮이 1년 중 가장 짧다가 태양의 힘이 세지기 시작해 길어지는 시점인 동지를 새해 첫날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밤낮의 길이가 같았다가 비로소 낮이 더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한국 사회의 상당수 구성원은 전 세계에 유례없이 오늘 새해 1월 1일을 시작했다. 고교 2학년생 및 그 가족들이다. 대학 입시시험인 수능을 기준으로 하는 새해다. 수능시험이 입시의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67만 수험생과 그 가족들은 '수능의 해'를 일단 마감했다는 후련함은 느낄 것이다. 이는 그만큼의 새로운 수험생과 가족들이 오늘 기나긴 입시생활의 첫발을 내디뎠음을 의미한다.

학업 부담은 세계 최고라고 하고, 입시제도는 복잡해지기만 하며, 대졸 취업난은 해소될 기미가 없는 와중에 신종플루까지 설치고 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누구보다 먼저 새해를 맞아 큰 도전에 나선 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덕담을 건넨다.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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