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펀드 환매와 더불어 실적이 좋다는 다른 펀드로 갈아타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또한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주식에 직접 주식투자를 한 직장인들도 속이 쓰리기는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회사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본인이 투자했던 회사의 주식까지 급락하여 말 그대로 이중고를 겪는 직장인들도 많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주식펀드와 주식투자를 하면서 곤경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쉽고 간단한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심리 탓이다. 인간의 두뇌는 '간편한 방법'을 활용해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복잡한 것을 깊이 연구하고 분석하기보다는 쉽고 간편한 방법으로 결론을 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잘 투자자에게 잘못된 투자 판단을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대표성'과 '친숙성' 오류이다.
'대표성'은 고정관념에 근거한 판단이다. 한두 가지 사실에 비슷한 속성이 있으면 아주 유사하다고 가정하는 오류이다. 과거의 사실이 미래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주 적은 샘플의 특수한 사례가 더 많은 사례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에 성과가 좋았던 펀드가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이 이에 해당된다. 잡지나 경제신문 등에서 수시로 소개하는 최근 수익률 우수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이러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른바 '고수' 추천 주식을 따라서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그 고수라는 사람의 실력이 일시적인 행운이나 눈가림일 수도 있는데 이를 '그 사람은 실력이 좋은 고수'라고 일반화해 버리는 것이다.
'친숙성' 역시 간편한 것을 좋아하는 심리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친숙성은 사람들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즉 친숙한 대상을 선호하는 경향을 말한다. 버스터미널에서 같은 목적지로 가는 여러 버스 중에서 친숙한 회사의 버스를 골라 타거나, 타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현재 거주지역보다 더 오래 살았던 고향의 스포츠 팀을 응원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은 대개 남의 회사 주식보다는 자기 회사 주식을 더 많이 산다. 또 해외 주식보다는 국내 주식에 훨씬 많이 투자한다. 행태재무학 분야의 전문가인 마이클 팜피어는 미국인들은 포트폴리오 이론대로라면 48%가량만 미국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93%를 투자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인과 영국인 역시 자기 나라 주식에 각각 98%와 82%를 투자한다.
이처럼 대표성과 친숙성은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인간 심리 탓에 발생하는 오류로 대개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은 이 때문에 발생한다. 사실은 논리적이거나 합리적 이유 없이 그냥 믿었거나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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