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 기획 영화계 마이더스의 손…마상준 서울예대 교수

입력 2009-11-09 14:53:37

눈썰미가 남다른 영화팬이라면 그의 이름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극장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스크린에 흐르는 오프닝 크레디트나 좌석에서 일어설 때 흘깃 쳐다보는 엔딩 크레디트에 '투자기획자'로 숱하게 소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손댄 작품은 누구나 다 안다.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작업의 정석' '미녀는 괴로워' 등등 최고의 히트작들이다.

지난 2005년 국내 한 영화잡지에서 '최고의 기획자'로 선정되기도 한 마상준(43)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교수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그의 '감각'을 모두 인정한다. 다른 투자사에서 퇴짜를 맞았던 '말아톤' '웰컴 투 동막골' 같은 작품들은 그가 한국영화팀장으로 있던 '쇼박스㈜미디어플렉스'에서조차 우려가 많았지만 그의 '선택'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던 것. 국내에서 꽤 흥행에 성공한 '블레이드' '옹박' 시리즈 등도 그가 칸 국제영화제 등 해외 필름마켓에서 건져올린 외화들이다. 당연히 그를 만나려는 영화제작자들이 줄을 섰고 '흥행의 귀재'로 주목받았다.

얼핏 '슈퍼맨' '스타워즈' 같은 미국 영화에 열광하며 자란 '할리우드 키드'가 아닐까 싶지만 영화와 인연을 맺은 건 대학 졸업 후였다. 대구에서 초·중·고를 모두 마친 그는 어쩌면 교사로 '평범'한 삶을 살았을지도 몰랐다고 했다. 당시 국립대 사범대학 졸업생은 임용시험 없이 교단에 설 수 있어서 서울대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한 그에게는 평탄한 길이 보장돼 있었다.

"대학 졸업 무렵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공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뒤 1994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했다가 영상사업부로 옮겼죠. 그곳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 헤어날 수 없는 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됐습니다."

2002년 쇼박스 설립 멤버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영화인의 길을 걸어온 그는 지난해부터는 후진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화 제작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는 대학 강의는 물론 인기다. 내년 1월에는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 연기·시나리오·연출·프로듀싱·마케팅 등 영상콘텐츠산업 전 분야를 교육하는 '서울필름스쿨'도 문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영화의 세계화'란 초년병 시절 목표를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해외시장을 뛰어다니면서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한국적 이야기가 뭘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들의 삶을 담은 휴먼드라마를 만들어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히는 게 제 꿈이거든요. 그래서 요즘도 여러 삶을 체험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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