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일문제는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봐야

입력 2009-11-09 10:57:09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4천389명의 명단이 수록된 친일인명사전을 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때는 물론, 해방 뒤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던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편찬위 측은 일정한 작위를 받았거나 정치적'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할 친일 행위가 뚜렷한 인물에 대해 역사적'실증적 고증을 거쳐 실었다고 밝혔다.

우리는 해방 뒤 60년이 넘도록 친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이승만 정권은 많은 친일 인사를 정부 고위직에 기용해 이들을 비호했다. 국민을 억압한 인사가 해방 뒤에도 곳곳의 요직에서 나라를 지배했던 것이다. 이어 들어선 군사정권은 국론 분열을 이유로 친일 문제 해결을 외면했다. 그 사이 친일 인사들은 정치'경제적으로 사회 깊숙이 뿌리를 내려 이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교묘하게 방해를 했다.

오늘날 친일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역사를 똑바로 기록하자는 것이다. 이제 와서 처벌을 하자거나 나라를 어지럽히자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은커녕 제대로 기록조차 못한다면 두고두고 부끄러운 조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부 주장처럼 우리나라가 이로 인한 논란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미성숙한 사회도 아니다.

다만, 친일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만큼 선정에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드러난 역사적 사실을 사료나 증언, 고증 등을 통해 명증하게 밝혀야 한다. 불명확한 근거에 따른 선정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적극적 친일과 소극적 친일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나아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 외의 정치적, 이념적 논쟁이야말로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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