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세계에선… '금품·향응·차별' NO!

입력 2009-11-07 14:27:21

심평원, 개원이래 금품수수 '제로'

개원 이래 금품수수 사건 '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내세우는 자랑이다. 심평원은 각급 병·의원 등 요양기관이 진료한 내역에 대해 과잉 또는 부당청구가 없는 지 심사를 한다. 심평원 대구지원은 대구·경북의 8천19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심사활동을 벌인다. 심평원의 실사 결과, 잘못된 청구로 환수 당하는 금액이 과징금을 포함, 적게는 몇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병·의원 등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수억원을 환수 당하면 폐업까지 각오해야 한다. 때문에 병·의원 입장에서는 가능하다면 '금품'으로라도 무마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마련. 그러나 금품수수 '제로'를 자랑하는 심평원에 뇌물로 어떻게 해보려다간 큰 코 다친다.

심평원 대구지원 심사평가부는 여성들의 세계. 이들은 개원 이래 금품수수 부조리 사건 '제로'의 전통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들 심사평가부 직원들 사이에는 '심사 대상기관에 가서는 물도 한 잔 마시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철저하게 '유혹'으로부터 원천 차단하고자 하는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심평원은 자체 내에서도 부조리 차단을 위한 2, 3중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우선 기관 심사에서 1차 심사는 매월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직원 상호간에도 누가 어떤 기관을 심사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런 다음 2차 심사를 다시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봐 줄 수 없는' 시스템이다. 직원들도 병·의원 전산자료에 접근하려면 인증을 받아야함은 물론, 심평원내 업무 전산망은 외부 포털과 아예 접속이 불가능하다.

현장심사나 실사의 경우는 더욱 엄격하다. 우선 상피제도가 있어 대상 기관과 8촌 이내 친척, 인척, 학연, 지연 등 연고가 있는 직원은 현장심사에 사전 제외된다. 또 심사 기관이 정해지면 누가 현장에 나가는지 직원 본인도 사전에 알 수 없고 하루 또는 이틀 전에야 통보 된다. 현장을 나갈 때는 절대 혼자는 나갈 수 없다. 반드시 차장 1명을 포함해 2~4인 1조 편성이 원칙. 그리고 현장 심사나 실사 후에는 금품 접대 여부에 대한 보고를 하고, 심사 대상기관도 현장에서 금품·향응 요구가 있었는지 설문, 회신을 한다.

그렇지만 '열 명이 도둑 하나 못 막는 법'. 심평원 자체 내에서도 수시로 직원교육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정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구성원 개개인의 의식. 그것이 전통으로 굳어지고, 각급 의료기관에도 '심평원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고하게 뿌리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심평원의 부조리 '제로'와 관련, 대구지원 정순자 심사평가부장은 "여성이 다니는 직장으로 다른 곳에 비해 대우가 좋은 편이고, 특히 심사평가부 직원들은 나이팅게일 정신에 입각한 봉사생활이 몸에 배였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심사평가부 직원들은 대부분 여자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도 여성들만의 세상 간호학과를 나와 여성들로 구성된 병원 부서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모두 간이 작은 여자들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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