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열린 '세계천문의 해' 개막식 한국대표로 참가한 경북대 고현지씨

입력 2009-11-06 14:52:32

"세계 천문학 속에서 한국 입지 낮아 속상해"

'5, 4, 3 ,2, 1. 발사!'

지축이 흔들리며 140t 육중한 몸체의 나로호가 솟구쳐 올랐다. 연기 구름과 함께 아득한 우주 너머로 날아가는 한국 최초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의 웅장한 모습. 올 8월 25일 오후 5시. 방송을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보던 경북대 천문대기학과 3학년 고현지양의 가슴에는 뜨거운 불길이 타올랐다. 비록 부분 성공에 그쳤지만 우리나라 최초 우주 발사체의 발사 모습을 볼 수 있어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3일 경북대 캠퍼스에서 만난 고현지(사진)양은 올 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천문의 해' 개막식에서 수백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 대표로 참가하면서 일약 '대한민국 대표 천문학도'가 됐다. 올해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통해 인류 최초로 달과 목성의 위성들을 관측한 지 400년, 빅뱅 이론(우주팽창론)이 등장한 지 80년,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 지 40년 되는 해. 유네스코는 올해를 '세계 천문학의 해'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140개국의 천문학도를 파리로 초청했다.

"학교 게시판에 난 모집공고를 보고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공모에 참가했어요.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천문학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천문학이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내용의 에세이를 제출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가했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천문학 수준을 확인한 고양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천문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대단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천문학 속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는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행사기간 동안 최신 우주이론뿐 아니라 마야문명 속 천문학과 이슬람문화 속 천문학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고천문학들이 소개되고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우리나라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어요."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했던 만큼 고양은 더욱 속이 상했다. "우주와 관련된 학문에서 아직 우리나라는 불모지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천문학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어떻게든 보탬이 되고 싶어요."

특히 "옛기록을 토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천문학을 연구하는 고천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고양은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 세계에 우리나라의 천문학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우주를 향한 고양의 사랑과 애정은 운명(?)처럼 자연스러웠다. 구미의 한 고등학교에서 평생을 지구과학 교사로 근무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밤하늘의 별과 친구가 되었고 별다른 고민 없이 천문대기학과에 진학했다. 앞으로도 우주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며 천직으로 삼을 예정이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는 우주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거대하고 무한한 우주의 모습을 볼 때면 마치 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같아 경외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지금껏 수많은 별들을 보아왔지만 고양이 가장 좋아하는 별은 북두칠성이다.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들 가운데 가장 찾기가 쉽고 사시사철 구경할 수 있어 인간에게 길잡이가 되는 별자리지요. 저도 우리나라 우주관련 분야에서 좌표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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