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종사자를 제외하고 야구 발전에 가장 큰 공로를 세운 사람은 신문 기자들이다. 야구의 역사를 통해 신문 기자들은 단순히 경기의 내용을 전달하거나 선수 및 팀의 성장 과정과 활약을 소개하는 기사 작성의 본업을 떠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거나 체계적으로 개념을 정립하는데도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초창기에는 야구 기록이 오늘날처럼 보편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다. 양팀의 더그아웃에서 각각 경기 내용을 기록하다 보니 자연 자기 팀에 유리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 중립적이면서도 공정한 기록의 필요성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를 창안해 정립한 이가 바로 야구 전담 기자였던 헨리 채드윅이었다. 매일 경기를 접하면서도 신빙성이 떨어지거나 통일되지 않은 기록 판정에 의문이 들자 스스로 개념을 정리해 공정한 야구 기록의 틀과 방법을 창시했는데 16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전세계 그라운드에서 거의 통일되게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완벽한 것이었다.
오늘날 한국 야구와 메이저리그가 다른 것이 있다면 야수 선택이란 기록 방법 정도다. 타자가 페어지역으로 타구를 날려 진루하게 되면 전광판에 새겨진 H나 E, FC란 알파벳 밑 중 하나에 빨간불이 들어오는데 메이저리그에선 FC(야수 선택)가 없다. 메이저리그 야구에서는 H(안타)와 E(에러)만이 존재할 뿐이다. 야구가 일본으로 건너가 새롭게 생겨난 FC란 개념이 일제시대 때 국내에도 같이 적용되어 왔던 것인데 미국에선 이 경우 대개 안타로 기록된다.
야구에 종사하는 관계자마저도 야구 기록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깊게 살펴보면 야구기록법은 체계적인 과학처럼 어렵지만 잘 정돈된 학문으로 느껴질 정도다.
일반적으로 보는 야구 기록은 그저 빙산의 일각인 것이다. 야구 기록에서 가장 어려운 대목이 안타냐 에러냐를 결정하는 순간인데 때때로 기록원의 잣대를 의심스런 눈치로 바라보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판단의 근거는 '보통의 수비'에 있는데 영어로는 'Ordinary Effort'라고 한다. 즉 보통의 노력을 했는가를 따지는 것이며 "프로선수라면 이 정도는···"이라던가 "바보 같이 판단을 어떻게 하는 거야" 등의 가정을 하거나 개인적인 난이도를 정해서는 안 된다. 오직 보통의 수비행위를 했는가를 기록원의 훈련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햇빛이 부셔 1루수가 송구를 잡지 못했다면 이는 보통의 수비가 아닌 것이며 글러브에 닿지 않았더라도 보통의 수비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안타가 되지 않는 것이다. 도루를 저지하기 위한 송구는 보통의 수비가 아니므로 악송구가 되더라도 에러가 아니다.
대부분의 관계자는 자신의 경험이나 직감에 의존하지만 공식 기록원은 보편타당한 기준에서 해석하고 판단한다. 주관적 평가이지만 누가 기록원이 되더라도 같은 판정을 갖도록 정확성을 가지려는 것이다. 오늘날 야구가 발전한 이유는 바로 헨리 채드윅이 기록법을 고안했기 때문이 아닐까?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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