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룡의 인도사원순례』이거룡 지음/ 한길사 펴냄/ 1만5000원
『안영배 교수의 인도건축기행』안영배 지음/ 다른세상 펴냄/ 1만8000원
"타지마할이 보고 싶어요." 작년 가을 혼자가 된 후배는 대학 시절 단골 찻집의 탁자에 담배를 꺼내 놓으며 불쑥 말한다. 거의 십여년 만의 만남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젊고 아름답다.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 있기나 한 것일까요" 그녀가 길게 내뿜는 담배 연기에는 그녀가 받았을 이혼의 고통이나 사랑의 배신에 대한 아픔 같은 것이 깊게 묻어난다. 아마도 그녀는 무엇 때문에 자신이 혼자가 되었는지 모르는 듯하다. "어느 날 남편에게서 다른 여자를 느꼈지만 전 믿지 않았어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니요." 그녀의 말 속에는 이해할 수 없는 거부감 같은 것이 짙게 배어 있다. 자신이 버림(?)받을 이유는 없다고 그녀는 여전히 믿고 있다. 어쩌면 그녀는 사랑이란 허무한 것이라고 소리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 되어버린 타지마할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마할의 왕관>이라는 뜻의 타지마할, 많은 사람들이 인도 여행의 첫 순위로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그 타지마할은 인도 무굴 왕조 제5대 황제 샤 자한(Shah Janhan)이 36세로 세상을 떠난 왕비 무무타즈 마할(Mumtax Mahal)을 위해 무려 22년에 걸쳐 만든 무덤이다. 결국 자신의 아들 아우랑제브(Aurangzeb)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사랑하는 여인이 묻힌 무덤이 바라다 보이는 성에 유폐되어 쓸쓸히 생을 마감한 샤 자한의 이야기는 그 타지마할의 조형적 아름다움에 비극적인 스토리를 더한다. 해서 사랑에 빠진 이들이나 사랑을 잃은 이들에게 타지마할은 너무나 아름답다.
『안영배 교수의 인도건축기행』은 인도건축을 통해 인도문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 더구나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과 도면, 그리고 인도건축 여행코스와 여행 일정표는 건축학자로서 저자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이거룡의 인도 사원 순례』는 저자가 인도 유학을 통해서 본 인도인의 삶,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사원 순례를 통해 인도를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두 책은 건축이라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인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다른 책이다. 그것은 앞의 책이 타지마할을 조형미에 비극미가 더해진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건축물로 다루지만 뒤의 책은 개인의 무덤을 만들기 위해 백성을 고통으로 내몬 상징이라는 관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우선 도대체 인간이 왜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었는가로 출발해야 한다. 실제로 원시 예술(예술의 출발)은 주술적인 집단 행위였다는 것이 일반적 정설이다. 그것은 예술이 집단을 위한 것이었음을 말한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어느 순간, 집단보다 개인이 우선시 되면서 개인적 욕망인 소유욕이 집단을 억누르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과연 개인이 아닌 인간을 위한 아름다움을 그녀는 타지마할에서 읽어낼 수 있을까? 샤 자한의 아들 아우랑제브가 아버지의 사랑으로부터 버림받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아우랑가바드(Aurangabad)에 타지마할과 똑같은 무덤을 만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전태흥(여행 작가·㈜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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