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대구 테지움시티 건립 ㈜테디베어 원명희 대표

입력 2009-11-04 11:02:35

207개의 다이아몬드가 달린 2억7천만원짜리 테디베어, 제주의 관광명소가 된 테디베어 박물관과 사파리, 2007년까지 세계 최대 크기로 기네스 기록에 이름을 올린 14m짜리 테디베어, 한류열풍을 주도한 가수 비·이영애·최지우·권상우·장나라 등을 형상화한 테디베어….

㈜테디베어 원명희(46·사진) 대표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고향은 독일, 이름은 미국의 26대 대통령인 테어도어 루스벨트에게서 유래한 곰 인형의 대명사인 '테디베어'가 한국의 디자이너 손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원 대표는 "비록 외국의 문화이지만 한국산 테디베어가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를 열고 싶었다"고 했다.

원 대표가 인형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86년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뒤 인형 디자이너로 완구회사에 들어가면서부터다. "10년 동안 여러 종류의 인형을 제작하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각종 해외 전시회를 돌아다녔어요. 외국에는 자신과 닮은 테디베어 인형을 만들어 전시하는 곳이 많더군요. 또 디자이너의 개성이 들어간 인형을 경매로 판매하고, 제작한 사람을 '아티스트'로 불러주는 것을 보면서 흥미를 느끼게 됐지요."

그는 당장 회사를 그만뒀다. 자신만의 인형을 만들기 위해서다. 97년 홍대 인근에 테디베어 공방을 차렸다. 이후 테디베어를 알리기 위해 백화점 문화센터를 돌며 발품을 팔았다. 그의 테디베어 강의는 2년 만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배우려는 사람이 줄을 이었고 전국 곳곳에서 상경하는 사람까지 늘면서 아예 테디베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테디베어 아카데미'를 열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긴 IMF 외환위기가 오히려 제겐 득이 된 것 같아요. 경제위기로 집에 있던 사람들이 테디베어로 눈길을 돌린 덕분이지요." 당시 원 대표가 만든 한국테디베어협회 회원이 10년 만에 5만명으로 늘었고, 정식 자격증을 취득한 강사만 8천명에 이른다.

그는 테디베어가 한순간 놀잇감인 인형이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되는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또 테디베어가 산업화할 수 있다는 것도 증명했다. "테디베어 캐릭터로 접목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해요. 옷, 신발, 가방, 모자, 가구, 주택에도 어울릴 수 있는 캐릭터지요. 지난해 제주도에서 문을 연 인형 동물원인 테디베어 사파리나 문화·교육 체험공간인 대구 테지움 시티는 새로움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탄생한 것들입니다."

그의 머릿속엔 테디베어로 가득 차 있다. 원 대표가 소개한 일화 하나. 2004년 세계에서 가장 큰 테디베어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5m짜리가 일본에 있다는 소식에 7m 크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을 두 배로 키워야 했다. 기네스를 검색한 결과 세계 최대 크기는 미국에 있는 13m짜리였던 것. 원 대표는 102명의 제자를 불러모아 한땀한땀 손바느질로 14m 크기의 테디베어를 만들었다. 꼬박 8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원 대표는 요즘 테디베어가 만드는 한류 열풍 재미에 푹 빠져있다. 올 초 가수 비를 형상화한 테디베어가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 "좋아하는 연예인을 닮은 테디베어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앞으로 이영애·최지우·권상우·장나라·김연아와 드라마 '선덕여왕', '아이리스'도 테디베어로 재탄생해 전세계를 누빌 겁니다."

또 하나의 목표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아이들에게 즐거움 속에서 교육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으며 테디베어가 매개체가 됐으면 한다"며 "전세계 사람들이 인형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세계적인 인형 전문학교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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