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대구세계육상 마라톤 '루프 코스' 어때요?

입력 2009-11-04 08:56:37

"팬들 한자리서 응원 극대화" 국제연맹 적극 권유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마라톤 및 경보 코스와 관련,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면서 코스 변경 여부가 대회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4일 "애초 2011 대회 마라톤 코스를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코스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등의 강력 권유로 일정 구간을 반복해서 도는 '루프 코스'(loop course)로 코스를 변경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프 코스는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거나 계속 새로운 길을 달리는 기존 코스 방식과 달리 일정 구간을 4, 5번 반복해 달리는 다소 생소한 방식. 같은 코스를 반복해서 돌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 자칫 지루해지기 쉽고, 기록이 좋지 않을 우려가 크다는 등 회의적인 시각도 적잖지만 응원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한자리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을 여러 번 볼 수 있어 오히려 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2009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대회 조직위가 IAAF의 반대와 만류에도 불구,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을 기점으로 한 루프 코스를 강행해 시민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등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마라톤 코스에 70만명의 시민이 운집해 마라톤 경기를 즐기는 모습에 대만족한 IAAF가 이번엔 오히려 대구 조직위에 적극 권유하게 된 것.

이에 조직위는 현재 2002월드컵 당시 열광적인 응원이 펼쳐졌던 '월드컵 성지' 범어네거리를 기점으로 10㎞ 정도의 구간을 정한다는 기본적인 구상 하에 여러 각도에서 코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라톤과 함께 경보(10·20㎞)도 루프 코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채보상기념공원의 종각을 중심으로 중앙네거리와 중구청 사이 국채보상로에 1㎞ 구간을 만들어 왕복하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문동후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루프 코스는 선수들이 지나가면 응원하면서 즐기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의 20~30분 동안은 자체적인 각종 이벤트 등으로 즐기며 선수들을 기다릴 수 있어 베를린 대회 때도 시민과 함께하는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이 루프 코스 도입을 반대할 경우 강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대회 개최인 만큼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육상경기연맹은 4월 열린 2009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서 지영준 선수가 케냐 등 쟁쟁한 외국 선수들을 제치고 자신의 최고 기록(2시간8분30초)으로 우승하는 등 현재 코스가 국내 선수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 루프 코스 도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해녕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코스 변경에 큰 무리는 없지만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더 우선인 만큼 대한육상경기연맹과 계속 논의해 연맹의 의견을 우선으로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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