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세계 성 격차 지수

입력 2009-11-03 11:01:01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져 있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2006년부터 세계 성 격차 지수(Global Gender Gap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정치, 경제, 교육, 보건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된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전체 134개국 중 115위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첫해 92위에서 출발하여 97위, 108위로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의 성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대한 당혹감을 불러일으킨다.

부문별 성적표를 보면 정치적 권한 104위, 경제 참여 및 기회 113위, 교육 획득 109위 그리고 건강 및 생존 80위로 나타나고 있다. 격차 지수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상대적 평가에 의한 결과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도록 만든다. 여성 할당제에 대한 성급한 역차별 우려 분위기, 경제활동 참여와 보수 및 승진에서 만연한 여성 차별 등의 구조적 상황에서 여성은 교육을 많이 받고 오래 살 수 있다고 해도 자기계발의 기회를 충분히 누릴 수 없을 것이다.

성 격차 지수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다고 해서 바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남녀 성비의 문제, 사회적 의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 등은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사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염려되는 것은 어떻게든 근원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 산술적인 평가의 기준을 의심하는 등 결과의 심각성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태도이다. 이러한 관점들은 국가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개인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다.

변화는 언제나 실질적 무게를 두는 쪽으로 방향이 기울어지게 되어 있다. 하드웨어의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끝에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게 되었지만, 소프트웨어의 동반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정한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이러한 사회에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2006년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는 또 하나의 성적표에서 읽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어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노력한 결과 국민의 1인당 소득이 1960년대에 비해 250배 이상 늘어난 보람은 사라져 버렸다.

사회적 의식에 대한 문제는 여론을 주도하는 일부 계층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현재 고용 비율이 15년 전에 비해 남성은 74.6%에서 70.9%로 3.7% 줄고, 여성은 47.6%에서 48.7%로 1.1% 증가한 상황을 "여성의 고용은 늘고, 남성의 고용은 줄었다"고 해석하는 그들이 22.2%로 나타나는 여전히 심각한 성별 격차의 문제를 은폐시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20대 여성 출산율 저하의 주원인을 "고학력화와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연구자는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에 급급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사회적 구조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질을 사회 발전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는 삶의 질을 측정하는 평가지표를 개발한다고 하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국민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대한 평가를 해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지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고령화와 함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나 다문화 사회로의 준비라는 현실의 요구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눈 앞 이익만을 바라보고 시류에 영합한 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며칠 전 대구시의회에서 출산 장려 및 다문화 정착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제안이 무산되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일부 업무가 중복되고 비효율적인 기존의 특위와는 전혀 다른 시민의 삶의 질을 돌보는 기구가 만들어지나 했는데, 아쉬웠다.

이미원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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