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처방 혼선 여전…일반병원, 부작용우려 거부 많아

입력 2009-11-03 10:38:46

개인 병·의원의 신종플루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처방이 지난달 26일부터 확진검사 없이도 가능해졌지만 처방을 꺼리는 의사들이 많아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신종플루 증상과 진료에 대한 정부 기준이 없는데다 의사들이 타미플루 남발로 인한 내성과 부작용을 우려, 처방하지 않는 경우가 적잖아 개인 병·의원을 찾은 환자 상당수가 거점병원을 다시 찾아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 한 내과 관계자는 "평소 감기 환자가 전체 환자의 10% 정도였는데, 며칠 사이 40%까지 늘었다"며 "기침과 몸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발열 때문에 찾아오는 환자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에서 37.8℃ 이상 열이 나는 환자 중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경우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의원 측은 "타미플루의 부작용이 아직 검증 안돼 열이 나더라도 하루 이틀 경과를 지켜본 뒤 처방하고 있다"며 "처방을 거부한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환자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병원 원장은 "감기증상 환자 중 과연 몇명이 신종플루 환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타미플루를 처방할 수 없다"며 "경과를 지켜 본 뒤 처방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다짜고짜 타미플루를 내놓으라는 환자들 때문에 곤혹스럽다"고 했다.

개인 병·의원에서의 타미플루 처방이 쉽지 않자 환자들이 다시 거점병원으로 발길을 돌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구 A거점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병원 진료 분산정책을 발표하면서 환자 수가 줄었다가 2일부터 다시 늘었다"고 했다.

거점병원을 찾은 환자 중에는 실제로 개인 병·의원에 갔다가 거점병원을 다시 찾은 환자가 많았다. B거점병원에서 만난 김모(42)씨는 "개인 병원에서 간이검사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만큼 거점병원에 가서 확진검사를 받고 타미플루 처방을 받으라며 진료소견서를 써 주더라"며 "정부는 개인병원으로 가라고 하고, 개인병원은 거점병원으로 가라고 하니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커지면서 신종플루 진료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내 한 내과 원장은 "신종플루가 발생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증상과 관련된 기본적인 진료 매뉴얼조차 없다"며 "정부가 신종플루 증상과 진료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타미플루 남발을 막고 환자들의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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