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천년고찰 반룡사]도지방유형문화재 제288호인 동종.

입력 2009-10-29 14:26:13

천년의 세월 이겨낸 아름다운 산사

대가야 도읍지 고령읍에서 26번 국도를 따라 쌍림면 방향으로 3km 정도 가다 미숭산 쪽으로 6km쯤에 위치한 천년고찰 반룡사. 이곳 산사(山寺)에도 가을이 한창 무르익고 있다. 미숭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단풍은 반룡사 곳곳에 내려앉아 가을 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장전 앞 모과나무에는 노오란 빛깔의 모과열매를, 감이 주렁주렁 열린 늙은 감나무에는 빨간 가을 색깔을 입히고 있다.

반룡사 대적광전 앞에 서면 대자연의 신비를 한눈에 느낄 수 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하에는 신비하리만치 오묘한 단풍 빛이 완연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질리지 않은 자연의 빛깔이다. 절 주위 상수리나무 숲에서는 다람쥐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도토리 모으기에 한창이다. 살며시 다가서자 소스라치듯 달아난다.

대적광전 뒤와 좌우를 감싸고 있는 울창한 소나무 가지의 형상도 재미있다. 축 늘어뜨린 소나무 가지 모양이 영락없이 부처님을 향해 고개를 숙인채 합장한 자세다.

신령스러운 용의 기운이 서려 있는 곳에 세웠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반룡사(盤龍寺)는 802년(신라 애장왕 3년) 해인사와 함께 창건됐다. 구전에 의하면 해인사 창건 불사를 반룡사에서 주관했다는 설도 있어 가야시대, 신라 초기의 사찰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이후 반룡사는 고려 중기 보조국사 지눌이 중창했고, 공민왕 때 나옹선사가 재중건했다. 임진왜란 때 화재로 소실된 것을 사명대사가 중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룡사는 고려시대 때는 대사찰이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13세기 여몽 연합군이 일본을 정벌할 때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는 "만일 절 안을 짓밟고 시끄럽게 굴어 불안하게 하면 관청에서 잡아들여서 법에 의해 처벌하라"는 명을 내려 원나라 군사들이 절에 들어와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할 정도로 당시 반룡사의 위상은 높았다.

현재 반룡사에는 도지방유형문화재 제117호인 반룡사 다층석탑과 제288호인 동종이 남아 있다. 높이 2.4m의 단아한 다층석탑은 고려시대 것으로, 화강암 기단 위에 1층 탑신이 남아있고, 그 위에 점판암으로 만든 옥개석이 다층으로 되어 있다. 이 석탑은 석가여래의 사리탑이라 하며 일명 수마노석탑이라고도 불린다.

1753년에 제작된 동종은 높이 50㎝, 무게만 100근에 이른다. 상대 부분에 육자진언(六字眞言)의 법문과 함께 종신에는 중종(中鐘)이란 명문을 지니고 있으며, 조선 후기 동종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다층석탑과 동종은 반룡사에서는 볼 수 없다. 도난과 훼손이 우려돼 고령읍 대가야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절 입구에서 늘어서 있는 앙증스런 부도탑 4기. 크진 않지만 소담스럽고 예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아준다.

반룡사 뒤편에 우뚝 솟은 미숭산은 휴일 등산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미숭산은 고려 말 이성계의 집권에 항의, 고려왕조에 대한 충절을 저버리지 않았던 정몽주, 이색과 함께 끝까지 항거했던 이미숭(李美崇) 장군이 이성계 군사들과 접전을 벌였던 곳으로, 원래 상원산(上元山)이었으나 이미숭 장군의 이름을 따서 미숭산이라 불리게 됐다. 산 정상부에는 대가야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미숭산은 계절별로 색다른 코스의 등산코스도 마련돼 있다.

대구에서 반룡사 가는 길도 가까워졌다. 매월 첫째, 넷째 주 대구시티투어 버스를 이용, 반룡사에 가면 사찰해설과 함께 사찰음식과 다식을 만들어 보고 맛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법인 주지스님과 함께 가을 산사(山寺)의 정취와 물소리, 바람소리를 벗삼아 여유로운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행운도 얻을 수 있다.

◆등산 코스

▷ 5시간 코스=주산체육관→산림욕장→주산 정상→천금정 주차장→천금정 전망대→반룡사 하산로→미숭산 정상→주산체육관(등산 3시간, 하산 2시간)

▷ 4시간 코스=천금정 주차장→천금정 전망대→반룡사 하산로→미숭산 정상→주산체육관(등산 2시간, 하산 2시간)

▷ 3시간 코스= 반룡사→반룡사 하산로→미숭산 정상→주산체육관(등산 1시간, 하산 2시간)

▷ 2시간 코스= 고령읍 신리 임도→미숭산 정상→주산체육관(등산 30분, 하산 2시간)

고령'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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