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등산? 무릎주의보!
가을은 등산객들에게 가장 즐거운 계절이다.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갈아입는 산길을 걷다 보면 맑은 공기가 주는 상쾌함에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심폐기능과 근육을 단련시키는 효과도 얻는다.
이런 이유로 18세 이상 성인 5명 중 4명이 1년에 한 번 이상 등산을 즐기고, 1천500만명 정도가 매달 산행에 나선다. 8년째 등산을 하고 있다는 정기영(52'대구 태전동)씨는 "답답한 도심을 떠나 자연과 한몸이 돼 계절이 주는 멋을 실감할 수 있다"며 "경사진 산을 오르면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에 땀이 나 운동 효과도 뛰어나다"고 했다.
하지만 건강해지려고 시작한 등산이라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각종 사고가 도사리고 있고, 요즘처럼 일교차가 클 때는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윤진철(45'대구 효목동)씨는 산을 찾고부터 건강해졌다. 잦은 피로감에 매사에 의욕을 잃었던 그는 4년 전 직장 동료들과 팔공산을 오른 게 계기가 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산행을 즐긴다. 주중에는 체력을 기르려 조깅도 빼먹지 않는다. "피곤함을 쫓기 위해 여러 가지 운동을 해봤지만, 며칠만 지나면 지루해 그만뒀어요. 하지만 등산은 똑같은 길이라도 그때마다 기분이 달라요. 재미가 있으니 더 높은 산을 가려고 안 하던 운동까지 하게 됐어요."
◆주말 반짝산행 효과 별로 …주 3회 이상해야
산을 오르면 숨이 찬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하면 심장 기능이 향상된다. 혈액 순환이 활발해지고, 혈압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힘든 만큼 열량 소모도 많다. 등산은 한 시간에 400㎉ 이상의 열량을 쓸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크다.
어쩌다 한 번 하는 등산도 건강에 좋을까. 건강이 목적이라면 주말 등산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주일 내내 아무 운동도 안 하다가 주말에 한 번 산에 오르는 식으로는 체중 감량과 심폐 기능 및 근력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경사진 산길을 오르는 등산은 평소 쓰지 않던 관절을 사용하기 때문에 관절 단련에 효과적인 운동이 된다. 근지구력도 좋아진다.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서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오는 만성 피로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숲길을 걸으면 상쾌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단풍으로 물든 산은 피톤치드(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물질)를 마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피톤치드는 면역력증강, 항균효과 등이 있는데 여름부터 단풍이 드는 10월까지 최대치를 기록하다 잎이 다 떨어지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단풍을 보거나 낙엽 위를 걸으면 긴장할 때 나오는 베타파를 줄이는 대신 편안할 때 나오는 알파파를 증가지켜 불안감, 우울감,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하지만 잘못했을 때 부작용도 만만찮다. 무릎 손상 우려가 높다. 곽병원 정형외과 김영철 과장은 "무릎 관절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등산은 불규칙한 걸음걸이를 통해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쓸 수 있게 하고 특히 산을 오를 때는 무릎 위쪽 대퇴사두근을 강화시켜 준다"며 "하지만 무리하거나 관절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관절 손상과 각종 부상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고 했다.
◆보폭 좁히고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걸어라
매일 등산한다면 1시간 이내 오를 수 있는 코스가 좋다. 일주일에 한 번 한다면 3, 4시간에 오를 수 있는 산을 선택한다.
등산의 기초는 걷기다. 산길은 아스팔트길처럼 노면이 고르지 않고, 흙길에 자갈이 뒤섞여 높낮이가 다르다. 또 오르막, 내리막, 평지를 한꺼번에 걸어야 해 체력소모가 많고, 빨리 피곤해질 수 있다. 대구등산학교 장병호 교장은 "처음에는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걷다가 차츰 속도를 내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걷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오르막은 보폭을 적게 해 천천히 오르며 심폐기능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30분 오르고 5분 쉬기를 반복한다. 빠른 속도로 오르고 나서 오랫동안 쉬면 피로가 더 쌓인다. 휴식으로 근육이 이완된 상태에서 다시 걸으려면 힘이 든다. 목표까지는 휴식시간을 짧게 잡는다.
내리막길에서는 발 앞부분보다 뒷꿈치가 지면에 먼저 닿도록 한다. 자기 몸무게의 약 3배의 힘이 관절에 가해지기 때문에 보폭을 줄이고 무릎이 받는 충격을 줄여 준다.
일교차가 큰 가을에는 낮의 길이가 짧다. 산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더욱 민감하게 이뤄진다. 해가 떨어져 어두운 산속에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오후 4시 이전에는 하산해야 한다. 옷입기도 중요하다. 고도가 100m 올라갈 때마다 기온은 0.6°씩 낮아진다. 풍속에 따라 체감온도도 급격히 떨어진다. 기온이 10도일 때 바람이 초당 4m 속도로 분다면 체감온도는 6도에 머문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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