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스타골든벨'에서 내려왔다. 너무 오래 했으니 그만 하라고 했다고 한다. 녹화 3일 전의 통보였다고 한다. 손석희는 '심야토론'을 그만두었다. 자신의 진퇴문제로 고민에 빠진 MBC를 보고,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고 한다. KBS 이병순 사장은 이미 윤도현을 퇴출하고 김제동의 출연 시간을 삭감한 적이 있었다. 경제도 어렵고 하니 연예인 출연료라도 아껴보겠다는 이유라고 했다. 그렇게 아끼고 모아서 KBS 살림살이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10월 22일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작년' 스타골든벨 녹화 장면을 보여주며 '막말' 방송인 김구라의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 의원 말대로라면, 김구라를 퇴출하지 않을 경우, 방송사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지금은 성공한 사업가가 된 박용식이라는 탤런트는 1980년부터 1986년까지 텔레비전에 출연할 수 없었다. 전두환 대통령과 비슷한 외모 때문이었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서울 미아리 근처에서 방앗간을 하며 살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김형곤이 시사 풍자 코미디를 하나 하고 있었다. 김형곤은 임금으로 배삼룡은 영의정으로 출연하였다. 김형곤은 배삼룡을 '영상'이라 불렀다. 방송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처로부터 전화가 왔다. 잘못하면 '영삼'으로 들릴 수 있으니 조처를 바란다는 '부탁'이 전해졌다. 배삼룡은 다음날부터 '좌상'으로 강등되었다. 권력과 방송의 관계는 밀접하다. 미디어는 그 자체로 선전의 수단이며, 정치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권위주의적인 권력은 미디어의 '쓸모'는 인정하지만, 그것의 자율성은 결코 가슴 깊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세상은 하나의 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들 모습이 제각기 다르듯 그 생각이 다르고, 말씨가 다르며, 믿음과 느낌도 다르다.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나누고 협력할 수 있으며 평등하고 존중받을 만하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생각의 결말은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인종과 다른 민족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편협한 민족주의는 아우슈비츠와 경산 코발트 광산의 홀로코스트를 낳았다. 어떤 권력은 권위를 만들고, 어떤 권력은 권위를 강요한다. 어리석은 권력은 억압과 굴종이 권위의 조건이라고 믿는다. 존경을 빼앗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위에 대한 그릇된 믿음과 지나친 열망은 자칫 커다란 비극으로 비화한다.
방송은 세상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가치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공간이다. 이 공간을 하나의 뜻, 하나의 의지로 묶으려는 생각은 한마디로 무모하고 어리석다. 정치인들은 지지율에 관계없이 임기가 보장되지만, 방송인들에게는 보장된 임기가 따로 없다. 그들이 프로그램에 오르고 내리는 논리는 간단하다. 시청률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시청 행위는 투표와 같다. 시청자들은 주어진 후보 채널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다른 점이라면 투표용지 대신 시간을 던진다는 것뿐이다. 승리하는 채널이 있고, 반대로 패배하는 채널이 있다. 그래도 점유율 100%란 불가능한 숫자인 까닭에 패배하는 채널 또한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국민의 뜻을 받아 그것을 대신하는 정치인들이 그렇듯이, 방송인들 또한 시청자들의 지지 속에서 카메라 앞에 나선다.
너무 오래 해서 이제 식상하고 신물이 날 지경인지, 편파적 진행으로 토론 프로그램을 이끌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인지, 막말 방송으로 국민의 건전한 언어 생활에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고 그 결과는 시청률에 드러난다. 도대체 왜 방송인들의 진퇴 문제까지 판단하고 결정하고 집행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특정 방송인을 옹호하기 위한 소리도 아니고, 특정 방송인에게 특별한 애정이 있어서 하는 소리도 아니다. 가장 좋은 정치는 내버려 두는 것이다. 특히 방송과 같은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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