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객(黑客'1972년작)이라는 한국과 홍콩 합작영화가 있었다. 외팔이 시리즈로 유명한 '무협영화의 거장' 장처(張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신과 복수를 주제로 싸우고 죽이고 전형적인 무술영화였다. 흑객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어둠 속의 손님'이라는 뜻이 된다. 현대적인 개념으로는 조직폭력배와 비슷한 뉘앙스이고 무협소설에서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사파(邪派)의 고수를 지칭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그리 잘 쓰이지 않던 말이다.
그런데 요즘 중국에서는 이 말이 너무도 흔하게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해커(hacker'일반적으로 컴퓨터 불법 침입자, 파괴자)를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흑객은 중국 발음으로 '헤이커'가 된다. 발음 때문에 차용한 말이 '어둠 속에서 불법적으로 활동하는 해커'의 의미까지 완벽하게 담아낸 사례일 것이다.
컴퓨터게임만큼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도 드물다. 미국 EA퍼시픽사가 내놓고 있는 커맨드&컨커(Command&Conquer'명령과 정복)시리즈는 전쟁게임의 대명사다. 1995년 첫 출시될 때는 미국과 러시아가 대결을 벌이는 스토리로만 짜여졌으나 2003년부터 미국, 중국, 중동연합군 3개 그룹이 대결하는 구도로 바뀌었다. 미국인의 정서와 세계관이 짙게 배어있는 게임인 셈이다. 그중 중국군에 등장하는 해커부대가 흥미롭다. 해커부대는 노트북 컴퓨터 1대만 달랑 들고 금융망에 잠입해 돈을 벌어들이고 건물과 차량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한다. 해커 활용을 제대로 해야 게임의 고수(高手)로 행세할 수 있다.
그만큼 중국은 흑객의 본거지다. 네티즌 2억2천만 명에 흑객만 해도 100만 명이 넘는다. 서방에서 '100만 흑객 전세계 침공 준비중'이라는 보도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중국 해커는 전세계를 쥐락펴락 할 정도로 폭력적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사이트와 시스템을 해킹하지 않는 한 해커를 제재하지 않는다. 훗날 벌어질지도 모르는 '사이버 전쟁'을 대비한 포석이다.
한국은 중국 흑객들의 '놀이터'로 알려져 있다. 국가기관, 주요 사이트들이 수시로 해킹당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비책조차 없다. 그때마다 국방부, 국가정보원은 '북한 소행 추정'이라는 얘기만 흘리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극우파의 북한 헐뜯기'라고 한다. 사리분별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의 머리 내부를 '해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박병선 논설위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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