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학생 서울로 몰려…"일단 내고 보자" 지원자 대부분 스펙 떨어져
지원자의 잠재력과 소질 등을 평가해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 제도가 상위권 대학의 자질 있는 학생 확보 창구로 변하고 있어 지방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입시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갈수록 확대할 계획이어서 대학들의 신입생 모집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5일 원서 접수 마감 후 지금까지 한 달 동안 입학사정관 전형 지원자들의 제출 서류를 분석한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잠재적 수학능력이나 전공적합성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조건(스펙)이 충분한 지원자가 적은 데다 전반적인 성적도 기존 수시·정시모집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지역 한 중위권 대학의 경우 내신성적이 최하인 9등급 지원자가 5명이나 됐고, 자기소개서 등 제출서류가 극히 빈약한 지원자도 상당수여서 입학사정관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막판 경쟁률이 낮으니 일단 내고 보자는 지원자가 생각보다 많았다"며 "조건이 좋은 수험생은 상위권 대학에 몰리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수시 전형이나 정시모집을 목표로 하는 실정에서 중하위권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지방대 지원자들의 스펙 자체가 특별한 게 없고 제출 서류가 모집유형별로 비슷비슷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역대에 입학사정관으로 위촉된 한 퇴직 교장은 "만학도나 취업자 전형의 경우 경력이나 전공에 대한 태도 등이 뚜렷해 쉬웠지만 담임교사나 학교장 추천 전형 등은 내용이 비슷비슷해 평가가 어려웠다"며 "입학사정관 1명이 각각 5, 6장씩 제출한 지원자 150명의 서류를 10일 내에 검토해 짧은 면접시간에 확인하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경북대를 제외한 지역 대학들은 교육과학기술부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올해 처음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으나 사정관 위촉과 교육, 공정성 확보 절차 마련 등에 공을 들인 데 비해 실속은 거의 없어 앞으로 국고 지원이 없는 한 확대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북대 역시 모집인원이 지난해 70명에서 올해 464명으로 늘면서 지원자가 600여명에서 2천100여명으로 3배 이상 늘었으나 전임 입학사정관 숫자는 10명 그대로다. 현직 교수 97명, 퇴임 교장과 교수 52명을 위촉했지만 서류 검토와 구술면접에도 어려움을 겪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는 인력, 전문성 등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영남대 김용찬 입학처장은 "전임 사정관과 현직 교수, 퇴직 교장 등을 입학사정관으로 위촉하고 서류심사, 면접 등을 준비하는 데 많이 노력했지만 여러 모로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제도 취지는 좋지만 수능 비중 대폭 축소, 국고 지원 확대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지방대로선 손해가 더 크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尹 지지율 46% 나와…2030 지지율도 40%대 ↑"
박수현 "카톡 검열이 국민 겁박? 음주단속은 일상생활 검열인가"
'카톡 검열' 논란 일파만파…학자들도 일제히 질타
이재명 "가짜뉴스 유포하다 문제 제기하니 반격…민주주의의 적"
"나훈아 78세, 비열한 노인"…문화평론가 김갑수, 작심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