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국정감사 후 곧바로 4대강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4대강 문제를 정리해야 법으로 정한 기간 내에 예산 심의가 종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24일 국정감사가 끝나면 내년도 예산안을 볼모로 삼아 '4대강 투쟁'에 나서겠다는 얘기이다.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다. 거의 20년 전 정부 예산이 30조 규모일 때 12월 2일까지 심의를 마치도록 법제화했다. 올해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291조8천억 원이다. 같은 기간 내에 10배 늘어난 예산을 심의하는 것이다. 내년도 예산은 긴축으로 짰다지만 서민 복지 부문을 대폭 증액했고, 4대강 사업에 3조5천억 원을 편성해 다른 SOC 예산이 그만큼 줄었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에다 예산 편성의 적절성까지 꼼꼼히 들여다보려면 국정감사 후 법정처리시한까지 남은 5주 동안 밤낮을 매달려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을 뒷전으로 돌려놓으면 심의는 또다시 졸속과 부실로 얼룩질 수밖에 없다. 돌아가는 정치권 본새로 봐서 정기국회는 정쟁으로 허송하고 예산안은 해를 넘기거나 막판에 쫓기듯 처리하는 폐습을 올해도 재현할 조짐이다. 2000년 이후 한 차례 빼고 매년 저지르는 헌법 위반을 올해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되풀이할 태세인 것이다. 직무태만을 묻기 전에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준법의식 실종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이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규정한 것은 신년도 정부 시책의 차질 없는 집행을 위해서다. 국회에서 심의 확정한 예산을 가지고 정부가 세부적인 집행 계획을 다시 세우고 분기별 월별 자금 계획을 작성해 국무회의를 거치기까지 한 달이 걸린다. 국회가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이러한 정부 일정이 헝클어지고 각종 사업 차질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는 예산안을 정쟁 도구로 삼는 버릇을 고치지 않고 있다.
이미 국회는 예산 심의를 부실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예산 결산을 정기국회가 문 여는 9월 전까지 끝내야 하는 국회법을 어긴 상태다. 5월 28일 정부로부터 전년도 결산안을 받아 놓고는 정기국회가 시작하도록 어느 상임위도 결산을 끝내지 않았다. 지난해 쓴 돈을 확인해 봐야 내년 쓸 돈을 제대로 따져볼 것이라는 취지에서 도입한 조기결산제도를 올해도 내팽개친 것이다. 국회는 국민이 준 권한의 엄중함을 되새겨 어느 것보다 예산심의에 시간을 쪼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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