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은 알고 있다
'놀랄 만한 내용은 없었다.'
학교별 수능 성적이 최근 공개되자 학부모들이 보인 반응이다. 수성구 학교가 성적이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공립보다 사립학교가 공부를 많이 시키는 건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학교들은 야단들이다. 서열이 매겨져 공개됐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지 못한 학교들은 조사의 부정확성을 항변하면서도 학부모들의 반응이 은근히 신경 쓰이는 눈치다. 일부 학부모와 시민 단체들은 성적 공개가 서열화를 부추기며 과열 경쟁을 낳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신문은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별 학력 차이를 들이대며 '35년 동안 학부모들은 가짜 평준화에 속았다'고 했다. 그런데 평준화에 속은 학부모들은 별로 없다. 뻔히 알면서도 '그 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었고 '그 학교'들은 긴 세월 꿈쩍 않고 용케 잘 버텨왔을 뿐이다.
학부모들은 울고 싶은 심정으로 내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은 학교'로 보냈다. 자신의 무능을 탓하면서 심지어 자신을 자책하면서 말이다. 이런 애타는 부모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학교들이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칠 동안 '그 학교'들은 세월만 보냈다. 그리고는 애초부터 수성구와는 학생들의 자원이 다르다며 자원 타령만 해왔다. 물론 관계기관의 지원이나 질타도 없었다.
그 결과 대구 학교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수능 성적 전국 상위 30위권에 이름을 올린 학교는 고작 5개교에 그쳤다. 광주 10개교, 부산 9개교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더욱이 다른 도시들은 전 지역에서 골고루 좋은 성적을 거둔 데 비해 대구만 유독 상위권 학교가 모두 수성구였다. 다른 구의 학교들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학부모들은 수성구 학교의 성적이 좋으면 다른 학교들도 최소한 그들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주길 원한다. 똑 같은 이유로 어떤 공립 학교가 좋은 성적을 냈다면 다른 공립 학교도 그렇게 해 주길 바란다. 너무나 당연한 바람이다. 이런 당연한 일조차 학교들은 지금까지 외면해왔다.
수능 성적 공개 이후 성적이 뒤처진 데 대한 변명을 늘어놓거나 성적 공개의 부당성만을 이야기하는 학교나 교사가 있다면 옳지 못하다. 왜냐면 학부모들은 그동안 그 학교들이 해온 일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벌어진 것까지 상세히 듣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해주길 원하고 있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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